[비즈인사이드]①새 도전 나선 네이버의 뜨는 인물들

  • 등록 2016-11-08 오전 12:20:19

    수정 2016-11-08 오전 12:20:19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요새 분위기를 압축한 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 분기당 약 20%(전년 동기대비) 가량 성장하고 있고, 글로벌 사업도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네이버의 대표 글로벌 서비스가 됐다. 셀프 카메라 앱 스노우가 아시아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우려했던 모바일화도 성공적으로 이행됐다. 스마트폰이 도입되던 초기 온라인 베이스였던 네이버가 모바일에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네이버는 전체 매출의 64%(올해 3분기 기준)가 모바일에서 나올 정도가 됐다. 매출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최대 기업이다. 경쟁 모바일 업체 카카오가 부러워할 정도다.

분기별 네이버 실적. (자료 : 네이버 IR)
이 같은 호성적에도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지난달 20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 유럽 공략에 나서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김상헌 시장을 잇는 새 대표에 여성인 한성숙 부사장을 기용하겠다는 파격도 선보였다. 공식 석상에 좀처럼 드러내지 않던 과거와 달리 미디어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난 7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상장을 알리던 간담회에서는 1시간 15분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했다. 이 의장은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전 문화부 장관이 설립한 벤처캐피탈에 대한 투자 발표식에 모습을 드러냈고, 네이버의 대표 개발자 행사 데뷰2016(DEVIEW2016)에도 인사말을 하며 기술 경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7월 이후 석 달 동안 이례적으로 세 번이나 모습을 드러내며 매번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해진 의장이 시장을 설득하기 위해 적극 나선 것”이라며 “네이버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앞두고 있다는 암시”라고 분석했다.

창업자의 의중은 회사내 2인자 격인 김상헌 네이버 대표 이사를 통해 흘러나왔다. 김 대표는 27일 올해 3분기 실적 발표후 컨퍼런스콜에서 “기본적으로 (한성숙 대표 내정자의 부상은) 세대교체라는 의미가 있다”며 “차세대 리더들이 좀더 책임감을 부여받고 경쟁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고자 했던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해진 의장은 라이브 비디오 서비스 ‘V’나 소상공인 상생 프로그램 ‘프로젝트 꽃’을 주도한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 총괄 부사장을 차기 네이버 대표로 내정했다. 2000년대 검색엔진 엠파스 때부터 네이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실험했던 한 부사장의 성과를 높이 산 셈이다.

한 대표 내정자 외에 향후 네이버를 이끌 세대교체 주역들의 면면도 드러나고 있다. 차기 의장으로 거론되는 인물로는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와 황인준 라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있다. 신 CGO는 일본에서 라인을 성공시킨 장본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국 인터넷 기업중에서 신 CGO만큼의 글로벌 성과를 낸 사람이 없다는 평가다.

신 CGO는 초창기 국내 검색엔진 ‘첫눈’의 개발자였다. 이 의장이 첫눈을 인수할 때 네이버에 합류했다. 이후 일본 사업을 맡아 추진했다. 초기 일본 사업에서는 검색엔진 서비스 위주로 사업을 했다. 신 CGO는 2011년 일본 현지 개발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출시하게 된다. 라인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가 됐고 태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신 CGO는 이밖에 이해진 의장이 과거 2004년부터 8년간 맡았고, 네이버의 핵심 자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최고전략책임자(CSO)로도 거론된다.

또 다른 의장 후보로 언급되는 황인준 라인 CFO는 네이버에서만 2008년 이후 8년간 살림을 책임졌다. 네이버 고속 성장기의 재무를 총괄하며 이 의장의 신임을 크게 얻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2월 네이버에서 라인 CFO로 옮겨 상장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삼성전자 출신으로 크레딧 스위스 퍼스트, 삼성증권, 우리금융지주 등을 거친 금융, IB 전문가다. 다만 업계에서는 라인의 서비스 안착과 매출 확대라는 숙제가 남아있어 내년 3월 네이버 의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의장은 향후 국내에서는 등기 이사로 남을 뿐 유럽 등 글로벌 사업에 무게 중심을 두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의도대로라면 차기 의장직은 글로벌 사업에 대한 경험과 식견이 있는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이의장이 네이버의 기술력을 강조하며 부각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송창현 최고기술책임자(CTO)다. 이 의장은 지난 7월 15일 라인 상장 기념 간담회에서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생각하면 잠을 못 잘 정도”라며 그들과 비교해 자본력과 기술력이 부족한 네이버를 걱정했다.

네이버는 혁신 서비스와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조직인 네이버랩스의 일부 분야를 분사시킬 예정인데 송 CTO가 이 조직도 이끌게 된다. 네이버의 차세대 기술 개발과 서비스 발굴을 총괄하게 되는 셈이다. 애플 개발자 출신으로 2008년 입사했다.

네이버는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됐다. 고속 성장을 이끌었던 주역들을 대신해 새로운 경영진들이 자리를 이어받는다. 특히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제2의 창업에 나선 네이버 핵심 경영진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활약을 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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