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경영 고민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복지’다. 우아한형제들의 독특하고 기발한 복지제도가 대표 서비스인 ‘배달의민족’ 만큼이나 유명세를 탄 것도 김 대표의 이같은 경영철학을 그대로 반영한다.
김 대표는 “행복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실정으로 무엇보다 우리는 행복을 공부해야 한다”며 서은국 연세대학교 교수의 ‘행복의 기원’을 읽어볼 것을 추천했다. 행복의 기원은 그동안 심리학적으로 해석했던 행복을 진화론적 시각으로 본 책으로 우리가 몰랐던 행복의 진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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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와 롯데월드의 ‘매직 아일랜드’가 내려다보이는 우아한형제들 회의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행복과 복지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김 대표는 “복지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행복한 삶’이라고 돼 있다”며 “그동안 복지는 국가나 회사가 제공하는 제도, 편의라고 생각했는데 기본부터 다시 생각해야겠구나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읽은 행복에 대한 수많은 책 중 행복의 기원은 김 대표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 책이다. 행복의 기원은 ‘행복은 사람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식의 상투적인 얘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다윈의 진화론을 행복에 적용시킨 저자는 인간의 가장 큰 목표는 ‘생존’이고, 생존을 위한 행위들이 행복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피카소가 다양한 그림을 그리며 세계적인 예술가가 된 것은 자아실현이나 가치 실현 같은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피카소는 그림을 통해 이성에게 관심을 받고 ‘종족 번식’이라는 생존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책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구절은 인류 역사를 1년으로 압축하면 인간이 문명생활을 한 시간은 365일 중 고작 2시간이라는 내용”이라며 “즉 행복을 철학적으로 다룬 것이 인류 역사에서 보면 찰나에 불과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가족과 행복이 곧 능률”
김 대표는 행복의 기원을 인용해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행복은 가장 먼저 가족과의 관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우아한형제들의 복지제도도 모두 가족과의 행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은 사소한 복지제도가 직원의 행복으로 이어지고 결국 업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에는 ‘피플팀’이라는 이색 조직도 있다. 이 조직은 인사팀과는 다르다. 구성원들을 보살피는 역할만 한다. 만약 한 직원이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고 있다면 피플팀은 그 직원에게 다가가 “괜찮으냐”는 인사를 건네고 감기약 등을 챙겨준다. 보살핌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살피는 것.
김 대표는 “조직의 구성원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외압이나 보수로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의 능력보다 관심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치가 더 높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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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엘리트 코스를 밟다가 창업에 성공한 여느 스타트업 대표들과는 다른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디자이너였던 김 대표는 한때 창업 실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적이 있다. 그때 그를 다시 서게 만든 것이 바로 독서였다.
김 대표는 “당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며 “어머니와 아내,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책을 읽으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도 항상 책을 권한다.우아한형제들 직원이라면 누구나 서점에서 구매한 책에 대한 비용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복지도 마련했다.
인사팀은 만들었지만 우아한형제들에는 여전히 인사평가제도, 인센티브라는 말이 없다. 김 대표는 “개인의 역량 차이는 이미 연봉에 반영돼 있다”며 “모든 사람은 지속적으로 매년 같은 퍼포먼스를 낼 수 없기 때문에 남과 비교하는 인사평가 효과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신 김 대표는 조직의 팀 자체를 평가한다. 팀 안에서 경쟁이 아닌, 회사 외부의 조직 등과 경쟁하며 오히려 발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사평가 대신 ‘긍정 에너지’
김 대표는 “직원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분명히 있지만 조직이 커지며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았다”며 “대신 직원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5년 차 이상 직원들에게는 ‘칭찬’을 하지 않는다. 칭찬에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는 연봉협상을 할 때도 “네가 성과가 좋다”는 말 대신 “당신 덕분에 회사가 성장하고 있어 고맙다”고 말한다. 내가 조직에 공헌했구나, 조직에 쓸모있는 사람이구나 스스로 느끼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 서비스만큼이나 독특하고 이색적인 광고 카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살 찌는 것은 죄가 아니다’, ‘다이어트는 포토샵으로’ 등이 대표적인 예다.
김 대표는 “카피를 쓸 때 부정적인 내용은 모두 제외한다”며 “직원들이 행복하고, 그 행복이 카피로 전해져 소비자들도 행복하고 긍정적인 느낌을 받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1976년생으로 나이키 코리아, 현대카드 등에서 웹 사이트 아트디렉터를 했고 이모션, 네오위즈와 네이버에서 브랜드 마케팅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2003년, 2004년 뉴욕광고제 파이널리스트에 올랐으며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을 졸업했다. 2010년 10월 우아한형제들을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