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인상적인 점은 ‘땅콩집’의 세대원들다. 한 지붕 아래 세 가족이 모여산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까지 서로 얼굴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매달 함께 모여 바베큐 파티를 열 정도로 가까워졌다. 교수라는 비슷한 직업군에 비슷한 연령층이 모인 덕분이다. 그래서 이곳 땅콩집 가족들은 ‘지붕’ 이외에도 공유할 부분이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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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동 ‘땅콩집’은 증권사 출신의 이색 경력의 국윤권 ‘도시공감’ 대표의 작은 실험실이다. 지난 19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도심 속에서도 전원주택 같은 땅콩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땅콩집은 한 필지를 두 세대 나눠 쓰는 모습이 마치 땅콩과 비슷하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부동산 등기부등본에도 구분 등기가 아닌 지분 형태로 나타난다. 몇해전 도시의 아파트를 떠나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게 하자는 컨셉트인 ‘땅콩집’ 열풍이 불었지만, 서울 도심과의 거리가 멀다는 단점 탓에 시들해졌다.
작은 공간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면 그만큼 가격도 내려간다. 이 때문에 땅콩집의 가격은 주변 시세에 비해 3분 1 정도 저렴하다. 수유동 고급주택 단지에서 5억원으로 살 수 있는 주택은 찾아보기 힘들다. 규모는 작아도 갖출 건 다 췄다. 독립된 마당이 있고, 북한산 전망이 있는 테라스도 있다. 국 대표는 “설계와 시공까지 거의 1년이 걸렸다”며 “길어도 6개월이면 끝나면 일반 빌라의 두 배정도 기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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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집 가족들에게 재테크의 수단이 아닌 집은 그야말로 살기위한 공간이다. 앞으로 이같은 탈도심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국 대표는 “강남 중산층 중에서 전원주택을 원하는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들에게 집값은 중요한 변수가 아니게 된다”고 말했다.
국 대표는 입주자들을 선별하는데 각별한 신청을 썼다고 했다. 부모 자식 세대가 들어와 살겠다고도 했지만, 세 가족이 함께 어울리게 하기 위해 입주를 거절했다. 그는 “땅콩집의 3세대가 기대 이상으로 잘 어울려 지내고 있다”며 “이웃과의 커뮤니티 형성은 땅콩집의 또다른 매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