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인터뷰]한 지붕 세 가족, 도심 속 땅콩집 분양 대박

얼굴도 모르던 세 가구 만나, 한 가족처럼 지내
중산층 전원주택 수요 공략
주변 시세 대비 30% 저렴
  • 등록 2014-03-22 오전 6:00:00

    수정 2014-03-23 오전 2:17:21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서울 성북구 수유동 북한산 둘레길. 적벽돌색의 무거운 고급 빌라촌에 모노색 밝은톤의 ‘땅콩집’이 눈에 띤다. 통유리로 거실 안까지 훤희 들여다보이는 이 ‘땅콩집’은 무겁고 어두운 고급 빌라촌 속 ‘작은 섬’이다.

더욱 인상적인 점은 ‘땅콩집’의 세대원들다. 한 지붕 아래 세 가족이 모여산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까지 서로 얼굴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매달 함께 모여 바베큐 파티를 열 정도로 가까워졌다. 교수라는 비슷한 직업군에 비슷한 연령층이 모인 덕분이다. 그래서 이곳 땅콩집 가족들은 ‘지붕’ 이외에도 공유할 부분이 많은 것이다.

지난해 9월 입주를 시작한 ‘땅콩집’은 수유동 고급 빌라촌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주변 시세 대비 3분의 1 가격…공동체 기쁨은 3배

수유동 ‘땅콩집’은 증권사 출신의 이색 경력의 국윤권 ‘도시공감’ 대표의 작은 실험실이다. 지난 19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도심 속에서도 전원주택 같은 땅콩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땅콩집은 한 필지를 두 세대 나눠 쓰는 모습이 마치 땅콩과 비슷하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부동산 등기부등본에도 구분 등기가 아닌 지분 형태로 나타난다. 몇해전 도시의 아파트를 떠나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게 하자는 컨셉트인 ‘땅콩집’ 열풍이 불었지만, 서울 도심과의 거리가 멀다는 단점 탓에 시들해졌다.

그냥 지어도 될 전원주택을 왜 굳이 ‘땅콩집’으로 지어야 할까. 국 대표는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수유동 ‘땅콩집’은 대지면적 105평을 3세대가 35평씩 나눠쓴다. 한 세대가 3개층을 사용한다. 보통 1,2층 단독 주택이 일반적이지만 국 대표는 효율적 공간 활용을 위해 3층을 다락방으로 만들었다.

작은 공간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면 그만큼 가격도 내려간다. 이 때문에 땅콩집의 가격은 주변 시세에 비해 3분 1 정도 저렴하다. 수유동 고급주택 단지에서 5억원으로 살 수 있는 주택은 찾아보기 힘들다. 규모는 작아도 갖출 건 다 췄다. 독립된 마당이 있고, 북한산 전망이 있는 테라스도 있다. 국 대표는 “설계와 시공까지 거의 1년이 걸렸다”며 “길어도 6개월이면 끝나면 일반 빌라의 두 배정도 기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수유동 ‘땅콩집’의 1층 정원
수유동 땅콩집, “부르는 게 값”…분양 마진 높아

땅콩집 가족들에게 재테크의 수단이 아닌 집은 그야말로 살기위한 공간이다. 앞으로 이같은 탈도심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국 대표는 “강남 중산층 중에서 전원주택을 원하는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들에게 집값은 중요한 변수가 아니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유동 땅콩집은 시세가 없다. 국 대표가 원하는 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강남 아파트를 과감히 정리하고 수유동 땅콩집을 선택했다. 대출도 전혀 받지 않았다. 그는 “분양하는 입장에선 성냥갑 같은 빌라를 파는 것보다 오히려 더 큰 마진을 남길 수 있다”며 “이 집에 들어오면서 가격을 깎아달라고 하는 이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신들의 추가적으로 원하는 인테리어를 원했다. 아직 입주 1년이 채 되지 않은 이들의 만족도는 대단하다. 세 집이 모이는 바베큐 파티에 국 대표를 초청해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국 대표는 입주자들을 선별하는데 각별한 신청을 썼다고 했다. 부모 자식 세대가 들어와 살겠다고도 했지만, 세 가족이 함께 어울리게 하기 위해 입주를 거절했다. 그는 “땅콩집의 3세대가 기대 이상으로 잘 어울려 지내고 있다”며 “이웃과의 커뮤니티 형성은 땅콩집의 또다른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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