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차, 전기차 '속도조절'.. 쏘나타급 프로젝트 재검토

중형 전기차 프로젝트 규모 축소.. 전략 수정
차세대 친환경차 '수소연료전지차' 집중
  • 등록 2013-07-01 오전 5:30:02

    수정 2013-07-01 오전 5:30:02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쏘나타급 이상 중형 전기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30일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를 조절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면서 “전기차 연구·개발(R&D)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중심으로 차세대 친환경차의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2015년 아반떼급 준중형 전기차 양산에 이어 쏘나타급 이상 중형급 전기차를 개발한다는 중·장기 개발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중형급 이상 전기차 개발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국내 시장을 주도하는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속도 조절은 올 하반기 이후 내수시장에서 전기차를 출시하려던 르노삼성, 한국GM, BMW코리아 등의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르노삼성은 올 10월 SM3 전기차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출시할 계획이며, 한국GM도 비슷한 시기에 창원공장에서 경차 스파크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생산에 본격 들어갈 계획이다. 수입차 중에선 BMW코리아가 내년 5월 순수 전기차 i시리즈를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011년 12월 출시한 기아차의 경형 전기차 ‘레이 EV’
현대·기아차의 차세대 친환경차 전략이 전기차에서 수소연료전지차로 궤도수정이 이뤄진 것은 정부 정책과 관련이 깊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전기차 부양 정책을 펼쳤으나 인프라와 기술적 한계로 상용화로 이어지진 못했다. 정권이 바뀌고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세우면서 현대·기아차도 당장 상용화 정책이 지지부진한 전기차 개발 대신 수소연료전지차 개발로 방향을 튼 것이다. 수소연료전지차가 전 세계적으로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지금부터 힘을 쏟는다면 양산 단계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헤게모니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친 환경차 시장은 당분간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플러그인(plug-in) 하이브리드차가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리드차는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도요타가 시장지배적인 지위에 있고, 전기차도 닛산·미쓰비시 등 일본 업체가 시장 인지도를 높인 상태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시장에서 후발 주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현대·기아차가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올 2월 울산 공장에서 투싼ix FCEV를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 유럽시장에서 시범 보급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등 2015년까지 전 세계에서 1000대 이상 보급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 5월 말 창조경제 세미나에 참석한 안병기 현대차 연료전지개발실장은 “투싼ix에만 적용한 수소연료전지를 중·대형 승용차에도 확대할 계획”이라며 “향후 20년까지는 하이브리드차가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하다가 이후 연료전지차가 이를 대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앞으로 어떤 연료방식이 언제 갑자기 대세가 될지 단언하기 어렵다”면서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연료전기차는 물론 전기차 개발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3월 세계 최초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양산돼 유럽으로 수출되는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현대차는 오는 2015년까지 1000대를 양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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