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스마트한 새 리더를 원하신다면

  • 등록 2012-01-10 오전 10:15:00

    수정 2012-01-09 오전 11:26:11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1월 10일자 25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윤경 국제부장] 기자가 민간 기업이나 관가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꼬박꼬박 묻는 것이 있다. 롤모델이 있다면 누구인가, 누구를 존경하는가 하는 질문이다. 다소 식상해 보이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그 사람의 가치관을 판단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그들의 롤모델 중엔 공통되는 일본인이 있다. 사카모토 료마(坂本 龍馬)가 바로 그다. 

료마는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의 원동력이 되어 일본 근대화를 이끈 인물이다. 하급무사였던 료마는 사무라이들이 영토를 나누어 권력을 잡았던 봉건사회의 상징 막부(幕府)를 없애고 일본 정신의 핵심이랄 수 있는 천황(天皇)을 복권시켜 흔들리던 나라를 바로 세워 강국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특히 사사건건 대립했던 두 번(蕃; 무사가 소속된 지역) 사쓰마 번(가고시마 현)과 조슈 번(야마구치 현)을 설득해 결탁을 중재, 무혈(無血)의 유신을 이룬 점이 높이 칭송받고 있다. 

시바 료타로(司馬 遼太郞)의 소설 <료마가 간다>가 대히트를 치면서 재발견된 료마가 최근에도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라고 한다. 지난해 NHK에서 방송된 드라마 <료마전>이 히트한 영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사방이 꽉 막힌 일본의 정치, 경제적 상황이 영웅에 대한 향수를 불러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연초 산케이(産經) 신문이 이상적 지도자를 묻는 인터넷 설문 조사를 실시했더니 1위는 료마였다. 2위와 3위도 역사 속 인물. 일본 최초로 통일을 꿈꿨던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그들이다. 

지도자로 바람직하지 않은 사람을 물었더니 이번엔 현재의 인물들이 꼽혔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가 1위,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가 2위, 현 총리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가 5위였다. 일본이 현재를 부정하고 과거로 회귀할 수 밖에 없을 만큼 황폐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렇다면 료마가 일본인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까지 환기시키는 이상적인 상(像)은 어떤 것일까. 한결같이 단호하면서도 유연한 태도, 영웅심의 발로가 아니라 자기를 희생해 나라를 살리겠다는 애국심, 원수도 손잡게 한 설득력이 료마의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하드 파워도 아닌 소프트 파워도 아닌 스마트 파워를 갖고 있었던 인물이란 얘기다.

20년만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같이 뽑아야 하는 우리 국민 상당수도 갑갑함을 풀어줄 스마트한 리더를 열망하고 있다. 어떻게 이상적인 지도자를 만날 수 있는지를 두고 고민해야 할 때다.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면 나의 정치력인 한 표(票)를 어떻게 행사해야 할 지 마침내 깨달음이 올 것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이렇게 말했다. "참여하는 사람만이 권력을 바꿀 수 있고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 난세(亂世)에 영웅은 `자연히` 나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한 영웅은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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