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日 방사능쌀 둔갑 판매 탓할 자격 있나

  • 등록 2011-12-09 오전 10:20:00

    수정 2011-12-07 오후 3:47:29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일본에 방사능 오염 공포를 몰고 온 대지진이 발생한 지 9개월이 다 돼가지만 일본산 음식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후쿠시마와 인접 지역에 농사를 금지하고 이 지역 농산물의 시장 출하를 제한하는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 일본 국민의 먹거리 걱정은 계속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후쿠시마에서 몇 개월 전부터 아오모리 등 다른 지역의 쌀포대가 대량으로 팔린 것이 확인됐다. 아오모리는 방사능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곳이어서 현지 언론들은 후쿠시마 쌀이 아오모리 쌀포대에 담겨 시장에 팔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언론 보도 후 일본 정부는 쌀포대가 부적절하게 사용될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쌀포대 매매가 관계법 위반은 아니라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농민들의 생업 수단인 농사를 전면 금지하고 이미 생산된 농산물 시장 출하를 제한하는 등 강경 조치를 취했던 일본 정부가 이 지역 농산물이 다른 지역 농산물로 둔갑해 팔릴 가능성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던 것은 놀라운 일이다.

더구나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쌀포대 매매가 위법은 아니다`라고 책임을 회피한 것은 그동안 `국민건강 최우선`을 강조해온 일본 당국의 방침이 한낱 수사에 불과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총 43명이나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자니 우리가 일본 정부를 욕할 수 있는 처지에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망자가 속출하자 뒤늦게 "가습기 살균제가 의약품으로 판매되지 않고 일반 공산품으로 판매됨으로써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학계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에 관한 연구결과가 몇 차례 나왔음에도 정부가 미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살인을 방조한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최근 정부는 지난해 태어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기대수명이 각각 77세와 84세로 10년 전보다 5년 가까이 늘어났음을 강조했다. 이는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서도 남성은 0.5년, 여성은 1.8년 더 긴 수치다.

그러나 정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수십 명의 사람이 목숨을 안타깝게 잃은 상황에서 기대수명 증가 소식은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추가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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