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태호 기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대안으로 급부상하던 리츠(REITs)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규제완화와 성장 일변도의 정책이 부실운영과 비리로 얼룩지면서 급속한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 리츠의 상장폐지 사태와 관리감독 강화 움직임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알아봤다. [편집자]
국토해양부는 지난 14일 갑작스럽게 `리츠 관리감독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영업인가시 현장실사 의무화 등을 포함하는 이번 방안은 지난 10년 간 진입문턱을 낮추는데 집중해온 정책에 역행하는 노선이다.
규제완화를 틈타 무분별하게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자기관리 리츠`가 잠재적 부실을 잉태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 `10년 정책지원` 달라지나
정부는 지난 2001년 리츠제도 도입 이래 줄곧 자기관리 리츠 성장을 위한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진행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관리감독 강화 방안은 성장일변도에 맞춰졌던 정책적 방향의 전환 가능성을 짐작케 하고 있다.
| ▲ 자료: 국토해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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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토부 관계자는 추가 규제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내부적으로 정한 공식 입장은 없다"면서도 "추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 있다면 검토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관리 리츠는 상법상 주식회사다. 페이퍼컴퍼니인 `기업구조조정(CR) 리츠`나 `위탁관리 리츠`와 달라 리츠의 `본체`로 평가된다. 선진국 리츠도 대부분 자기관리 리츠다.
하지만 지난 2007년까지 자기관리 리츠는 단 한 곳도 설립되지 못했다. 다른 리츠에 비해 혜택은 적고 설립 문턱은 높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7월부터다. `제3차 리츠법 개정`으로 진입장벽이 대폭 완환된 것. 설립시 필요한 자본금은 250억→10억원으로 낮아지고, 6개월 후 100억만 확보하면 됐다.
1년 뒤 이 규정은 설립자본금 5억, 최저자본금은 70억원으로 더 완화됐다. 그리고 2009년 6월 2곳에 불과했던 자기관리 리츠는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자기관리 리츠는 현재 18개, 영업인가 심사 중인 곳만 15개에 달한다.
하지만 느슨한 규제를 악용하려는 곳들이 생기면서 문제가 터져버렸다.
국내 2호 상장 자기관리리츠인 다산리츠는 지난해 9월 상장 이후 9개월 만에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받고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최초로 상장된 골든나래리츠는 주요주주가 최근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으며, 수사 과정에서 국토부 현직 과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 8년간 `12배` 성장 제동걸리나
국토부는 앞으로 자기관리 리츠의 영업인가 심사를 까다롭게 해 리츠의 무분별한 설립을 제한할 계획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변경 가능성, 개발제한구역 해제 가능성 등에 대해 지자체 의견을 조회하고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인가한다. 개발전문 리츠에 대해서는 현장실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리츠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설립 요건을 완화시켜 진입이 많았는데, 기존 조건으로 설립을 준비해온 회사들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산리츠의 상장폐지 진행으로 공모시장 분위기도 차갑게 식어버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를 실시한 `트러스와이제7호위탁관리리츠`는 165억원(330만주) 모집에 45억원을 청약 받는 데 그쳤다.
위탁관리 리츠는 자기관리 리츠와 달리 별도의 자산관리회사(AMC)가 운영하는 페이퍼컴퍼니지만, 리츠 시장 전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진 영향이다.
한편 우리나라에 처음 리츠가 도입된 것은 지난 2001년 4월 `부동산투자회사법(리츠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이후 2002년 4개 5843억원에 불과했던 리츠 자산총액은 2010년말 52개 7조8000억원으로 8년 동안 12배 넘게 급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