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도 못하냐는 거야, 나한테! 세상에 내 서재에 들어간 내 마누라 찾는데 내가 노크를 해야 하냐고…” 장 이사는 아직까지 씩씩 콧김을 냈다.
“아니, 뭘 하고 있었는데 노크를 하라고 했을까?” 퍼팅을 하기 위해 그린 위에 옹기종기 모여 선 동반자들이 킥킥, 히히 짓궂게 장 이사를 놀려댔다. 시작은 자기가 했어도 동반자들이 자기 아내를 빗대 놀리는 것은 싫은 장 이사. 뭐라 답하려다가 곧 자세를 고쳐 잡고 퍼팅을 한다.
그런데 오늘 장 이사 퍼팅이 계속 홀을 훑고 지나간다. 홀을 향해 똑바로 가는 듯 하다가는 살짝 휘곤 하면서 내내 장 이사 약을 올리는 것이다. 동반자들이 가만 있을 리가 없다. “제대로 찾아가지를 못하니까 사모님이 노크를 하라는 거 아니냐”부터 시작해 온갖 농담이 난무했다.
평소 점잖기로 2등 하라면 서러워할 최 전무도 한 마디 거든다. “어이 친구, 거 마나님이 노크하란다고 주먹으로 ‘쾅’하고 한번 치면 마나님이 좋아하겠나. 깜짝 놀라서 들어오라고 할 마음이 싹 달아나지… 옛날 연애시절 한번 생각해봐. 살살 꼬셔가면서 엉덩이 툭툭 때려보던 때 말이야. 그렇게 해야지 퍼팅을…”
놀리듯이 하는 최 전무 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 싶으니 장 이사는 더 부아가 치민다. “아니, 이 할망구 때문에 내가 별 훈수를 다 듣네.”
평소에도 같은 실수 때문에 퍼팅을 놓치곤 했고, 최 전무가 비슷하게 조언을 했었는데도 그 순간 장 이사는 엊저녁 일 밖에 생각나는 게 없다. 똑 같은 실수가 거듭될 밖에.
최 전무가 보다 못해 또 한마디 한다. “숫자를 세게. 백 스윙 갈 때 하나, 둘, 다운스윙하면서 셋, 넷. 숫자를 다 셀 때까지 손도 놓지 말고 머리도 들지 말고, 몸도 돌리지 말아보란 말이네.”
그리고 또 한 마디. “거, 참 손 장난 좀 그만 치게.”
“무슨 손 장난?” 장 이사가 당황한다.
놀리는데 재미가 들린 최 전무는 여유만만이다. “그렇게 혼자서 손을 돌려 대니까 공이 이리저리 피해 다니지..”
“아, 글쎄 뭔 말이냐고?” 장 이사는 폭발할 지경이다.
모든 퍼팅은 직선이다.
그건 장 이사도 아는 말이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최 전무 말대로 내내 라인따라 손목을 돌리면서 퍼팅을 했던 것 같다. 자신감이 부족하고 집중력이 떨어질 때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데 오늘은 마나님 때문이라는 생각에 또 열이 오르려고 한다.
그 때 최 전무의 마지막 한 마디.
“마나님 덕에 귀중한 퍼팅 조언 들었으니 오늘 집에 가면 마나님 한번 업어 드리게. 노크도 부드럽게 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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