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골프)조 사장의 뒷심

  • 등록 2009-10-06 오전 10:25:03

    수정 2009-10-07 오전 11:03:10

[이데일리 김진영 칼럼니스트] 환갑이 말 그대로 낼 모래인 조 사장이 40대 팔팔한 아우들과 라운드에 나섰다.

힘쓰기 좋아하는 40대 초 중반의 후배들은 첫 홀 티잉 그라운드 옆에서부터 쌩쌩 바람 소리를 내며 클럽을 휘둘러 댄다. 엄청난 바람 소리가 휙휙 공기를 가르며 조 사장을 깜짝 깜작 놀라게 한다.

“저것들하고 겨뤄서 18홀을 견딜 수 있을까?” 은근 걱정되는 조 사장.

조 사장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혹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3명의 후배들은 의기양양, 사기충천하여 몸통을 비틀어 댄다. "어휴! 저 정도 백 스윙이면 300야드는 족히 날리겠다." 곁눈질로 힐끔 본 백 스윙크기가 무섭다.

역시나. 첫 홀부터 40대 어린(?) 후배들의 무시무시한 파워게임이 시작됐다. 엄청난 백스윙과 허공을 가르는 폭풍 같은 스윙 스피드… 거리들이 장난 아니었다. 조 사장은 순간 움찔했다. ‘선배님 먼저…’하는 바람에 제일 먼저 날려 놓은 자신의 공이 후배들 공보다 50야드는 족히 뒤쳐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움찔함은 첫 홀뿐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엄청난 백 스윙을 가진 후배들과 몸통이 3분의 2 밖에 돌아가지 않는 조 사장의 거리가 얼추 비슷해지기 시작하더니 후반으로 갈수록 조 사장이 나중에 세컨 샷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조 사장은 점점 자신감이 붙어갔고 후배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해지는 빛이 역력했다. 후배 중에는 초반 무리하게 몸을 돌려 대다 무리가 갔는지 자꾸 허리를 주무르는 모습도 보였다.

퍼팅은 더 확연히 차이가 났다. 기세 좋게 백스윙 했다가 임팩트 순간 갑자기 소심해지는 후배들은 공을 단번에 홀인 시키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백스윙은 작아도 망설임 없이 리드미컬하게 스트로크한 뒤 폴로스루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조 사장은 원 퍼팅 확률이 높아 파 세이브가 줄을 이었다.

후배들은 연신 "역시 구력은 당할 수가 없는가 봅니다"하며 조 사장에게 자신들이 뒤지는 이유가 ‘오로지 구력’인 것처럼 몰아갔다. 아무래도 체격이나 체력, 또 연습에서도 뒤질게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건 구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조 사장이 오랜 구력으로 체득해낸 노하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노하우라는게 꼭 구력이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조 사장과 40대 ‘팔팔한’ 후배들의 차이점은 스윙의 뒷심이다. 엄청난 몸통 꼬임을 자랑하는 후배들은 공을 때리면 그뿐이라는 무의식 때문인지 임팩트 후 급격하게 흐트러지며 스윙이 흐지부지되고 말았지만 조 사장은 달랐다. 백 스윙때 몸통 꼬임이 적고 그만큼 임팩트 후 다시 꼬이는 힘이 작아도 절대 중간에 멈추거나 주춤거리지 않았다. 늘 끝까지 휘둘렀다. 임팩트 후에도 물 흐르듯 이어지면서 스윙의 힘이 살아 있었던 것이다.

백스윙 120%에 피니시 50%짜리 스윙은 백스윙과 피니시 똑같이 80%짜리 스윙을 절대 이길 수 없다. 보통 백스윙이 크면 스윙이 다 크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스윙(Swing)이 뭔가. 뒤로 갔다 앞으로 가는 것이 스윙 아닌가. 뒤로 갔다가 앞으로 못나가면 그게 어디 스윙인가.

명심해야 할 것은 스윙의 뒷심은 절대 힘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임팩트 때 힘을 다 쓰지 않고 남겨뒀다가 폴로스루와 피니시를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조 사장은 뭘 만들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몸통 축을 될 수 있으면 고정시키려고만 노력한다. 축이 고정된 채 휘둘러지면 스윙의 뒷심이 저절로 생기게 마련이다.

조 사장도 처음에는 일부러 피니시 자세를 만들려고 했단다. 어색하기도 했지만 매번 피니시 자세를 유지하고 셋까지 세려고 노력했는데 그러다 몸 전체에 힘이 빠지면서 저절로 끝까지 휘둘러지는 스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퍼팅도 다르지 않다. 대부분 클럽을 뒤로 흔들림 없이 뺐다가 볼을 정확하게 임팩트하는 것만 신경 쓰지만 그 이후 클럽헤드가 목표 방향으로 나갈 때까지도 온 정성을 다해야 한다. 임팩트 후 시선과 몸이 공을 따라 움직이면 클럽헤드는 주춤거리고 틀어지고 만다. 퍼팅도 끝까지 스윙 해야만 한다.

스윙의 뒷심을 아는 조 사장은 그날, 후반으로 갈수록 말 그대로 뒷심을 더 발휘하며 어린 것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속으로 외쳤다.

“똑바로, 아니 끝까지 휘둘러,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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