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쓰기 좋아하는 40대 초 중반의 후배들은 첫 홀 티잉 그라운드 옆에서부터 쌩쌩 바람 소리를 내며 클럽을 휘둘러 댄다. 엄청난 바람 소리가 휙휙 공기를 가르며 조 사장을 깜짝 깜작 놀라게 한다.
“저것들하고 겨뤄서 18홀을 견딜 수 있을까?” 은근 걱정되는 조 사장.
조 사장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혹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3명의 후배들은 의기양양, 사기충천하여 몸통을 비틀어 댄다. "어휴! 저 정도 백 스윙이면 300야드는 족히 날리겠다." 곁눈질로 힐끔 본 백 스윙크기가 무섭다.
역시나. 첫 홀부터 40대 어린(?) 후배들의 무시무시한 파워게임이 시작됐다. 엄청난 백스윙과 허공을 가르는 폭풍 같은 스윙 스피드… 거리들이 장난 아니었다. 조 사장은 순간 움찔했다. ‘선배님 먼저…’하는 바람에 제일 먼저 날려 놓은 자신의 공이 후배들 공보다 50야드는 족히 뒤쳐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움찔함은 첫 홀뿐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엄청난 백 스윙을 가진 후배들과 몸통이 3분의 2 밖에 돌아가지 않는 조 사장의 거리가 얼추 비슷해지기 시작하더니 후반으로 갈수록 조 사장이 나중에 세컨 샷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조 사장은 점점 자신감이 붙어갔고 후배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해지는 빛이 역력했다. 후배 중에는 초반 무리하게 몸을 돌려 대다 무리가 갔는지 자꾸 허리를 주무르는 모습도 보였다.
후배들은 연신 "역시 구력은 당할 수가 없는가 봅니다"하며 조 사장에게 자신들이 뒤지는 이유가 ‘오로지 구력’인 것처럼 몰아갔다. 아무래도 체격이나 체력, 또 연습에서도 뒤질게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건 구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조 사장이 오랜 구력으로 체득해낸 노하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노하우라는게 꼭 구력이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조 사장과 40대 ‘팔팔한’ 후배들의 차이점은 스윙의 뒷심이다. 엄청난 몸통 꼬임을 자랑하는 후배들은 공을 때리면 그뿐이라는 무의식 때문인지 임팩트 후 급격하게 흐트러지며 스윙이 흐지부지되고 말았지만 조 사장은 달랐다. 백 스윙때 몸통 꼬임이 적고 그만큼 임팩트 후 다시 꼬이는 힘이 작아도 절대 중간에 멈추거나 주춤거리지 않았다. 늘 끝까지 휘둘렀다. 임팩트 후에도 물 흐르듯 이어지면서 스윙의 힘이 살아 있었던 것이다.
백스윙 120%에 피니시 50%짜리 스윙은 백스윙과 피니시 똑같이 80%짜리 스윙을 절대 이길 수 없다. 보통 백스윙이 크면 스윙이 다 크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스윙(Swing)이 뭔가. 뒤로 갔다 앞으로 가는 것이 스윙 아닌가. 뒤로 갔다가 앞으로 못나가면 그게 어디 스윙인가.
명심해야 할 것은 스윙의 뒷심은 절대 힘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임팩트 때 힘을 다 쓰지 않고 남겨뒀다가 폴로스루와 피니시를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조 사장은 뭘 만들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몸통 축을 될 수 있으면 고정시키려고만 노력한다. 축이 고정된 채 휘둘러지면 스윙의 뒷심이 저절로 생기게 마련이다.
퍼팅도 다르지 않다. 대부분 클럽을 뒤로 흔들림 없이 뺐다가 볼을 정확하게 임팩트하는 것만 신경 쓰지만 그 이후 클럽헤드가 목표 방향으로 나갈 때까지도 온 정성을 다해야 한다. 임팩트 후 시선과 몸이 공을 따라 움직이면 클럽헤드는 주춤거리고 틀어지고 만다. 퍼팅도 끝까지 스윙 해야만 한다.
스윙의 뒷심을 아는 조 사장은 그날, 후반으로 갈수록 말 그대로 뒷심을 더 발휘하며 어린 것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속으로 외쳤다.
“똑바로, 아니 끝까지 휘둘러,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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