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모든 행동을 그저 신기하게 바라보는 어른들 추임새에 못 이겨 거의 두 눈을 다 감아버리는 수준의 아무 뜻 없는 윙크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윙크는 의미를 가진다. 좋아하는 아가씨를 향해 날리는 떨림, 커피 한잔 부탁하며 보내는 애교, 어린 여동생 대하듯 하는 장난스러움, 누군가 골탕 먹이자는 신호, 한번만 봐달라는 부탁 등등 똑같이 한눈을 깜빡이는 동작이지만 그 안에 품고 있는 의미는 각양각색이다.
그런데 그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그냥 장난처럼 보낸 것인데 자신을 좋아한다 착각하는 것이 가장 흔한 사례다. 그 반대로 좋아해서 날린 눈짓을 그냥 뜻 없는 눈 떨림 정도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상대방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한쪽 눈이 살짝 감기는 그 동작을 아예 눈치 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상대의 윙크를 모르는 둔감한 사람은 결과적으로 상대를 무시하고 상처 주는 실수를 하게 된다.
골프도 가끔 윙크를 한다.
연습 스윙을 할 때 생기는 디보트, 혹은 클럽이 떨어지는 지면의 위치가 대표적이다. 분명 골프가 보낸 윙크는 공 놓인 곳보다 뒤쪽, 그러니까 오른쪽(오른손잡이의 경우)인데 그대로 다가서서 실제 스윙을 하는 것은 골프의 윙크를 철저히 무시하는 행동이다.
반대로 연습스윙을 하면서 클럽이 아예 지면에 닿지도 않고 허공에서 한 바퀴 돌고 만다면? 그것은 토핑(Topping)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윙크다. 스윙의 최저점이 허공인데 어떻게 공을 제대로 맞출 수 있겠나. 클럽 날(페이스 아랫부분)로 공의 옆구리를 때려 공이 떠오르지도 못한 채 쏜살같이 뻗어가는 낮은 포복 샷을 만들어 낼 밖에. 그나마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공이 약 먹은 뱀처럼 비실비실 굴러 레이디스 티잉그라운드 옆에 서 버리고 만다.
디보트의 방향도 골프가 보내는 신호다. 디보트의 끝이 목표보다 왼쪽으로 나는지, 오른쪽으로 나는지를 살피면 실제 스윙 때 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미리 알 수 있다. 잔디가 아까워 디보트를 내지 못한다면 임팩트 직후 폴로스루(Follow through) 때 클럽 페이스의 방향을 체크해보면 그 윙크를 알아챌 수 있다.
클럽은 자꾸만 핀 오른쪽으로 향하는데 그대로 스윙해도 공이 목표로 갈 것이라고 믿는 것은 골프가 보내는 윙크를 전혀 알아채지 못하거나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연습 스윙 때 클럽이 어디에 떨어지는 지, 또 폴로스루 때 클럽페이스가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 등 `골프가 보내는 윙크`를 잘 살피면 정확한 임팩트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무작정 클럽 한번 휘두르고 마는 몸풀기 말고 골프가 내게 어떤 윙크를 보내는지 한번쯤 생각하는 연습스윙을 해볼 일이다.
보통 윙크를 오해하거나 눈치채지 못하면 상대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골프가 보내는 윙크를 오해할 경우 피해보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 동안 그 윙크를 눈치 채지 못해서, 혹은 잘못 알아들어서 내야만 했던 수많은 미스 샷과 그 결과 벌겋게 달아 올랐던 얼굴, 시커멓게 멍들었던 가슴, 그리고 뻥 뚫렸던 지갑들….
골프가 보내는 윙크, 절대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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