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새 정부가 정책방향으로 제시한 규제완화와 고용창출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 문제가 `규제완화`와 `고용창출`이라는 새 정부의 두 가지 정책 기조를 모두 함축하면서도 충돌하고 있어 새 정부 경제 정책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 은행권 "새 정부 규제완화 기조와 상충"
은행권의 입장은 분명하다. 4단계 방카슈랑스의 확대 시행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4단계 방카슈랑스가 시행되면 그 동안 은행에서 팔 수 없었던 자동차보험과 종신보험도 은행 판매가 가능해진다.
만일 새 정부가 은행권의 주장대로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을 예정대로 추진할 경우, 새 정부의 초기 경제정책은 `단기적 성과`보다는 `중장기적 성과`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생긴다.
지난 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있었던 이명박 당선자와 금융계 CEO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국내 금융업계의 글로벌 금융사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내용이 가장 많이 오갔다.
이에 앞서 이 당선자는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해서는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 보험권 "120만명 고용 보장하라"
보험권은 4단계 방카슈랑스가 확대 시행될 경우 보험설계사와 대리점, 가족을 포함해 120만명의 생계가 위협받는다며 확대 시행 저지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확대 시행을 지지하는 은행장들의 성명서가 나오자 지난 21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즉각 반박 입장을 발표하고, "4단계 방카 확대 시행은 새 정부의 서민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역행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한 보험업계의 논리는 새 정부의 `고용창출` 공약과도 맞닿아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 후 300만 개의 일자리를 `투자 활성화·신성장산업 육성·분야별 취업 촉진책 실시`로 가능케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성장률을 지금의 4%대에서 2~3% 추가 달성하면 연간 60만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좋은 일자리(Decent jobs)를 많이 창출하는 분야 중 하나인 금융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도 밝혔다.
한편 보험업계는 오는 23일 방카슈랑스 확대시행을 저지하기 위해 생손보협회장을 비롯 보험사 CEO·설계사 등 보험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손해보험협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방카슈랑스 4단계 확대 개방 철회를 요청하는 공동 성명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방카슈랑스 시행에 따른 설계사와 보험대리점들의 피해사례 발표 등도 함께 진행된다.
◇ `MB노믹스` 첫 경제정책 시험대
4단계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 논란의 핵심 쟁점은 결국 새 정부가 중장기적 안목 속에서 정책을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단기적 성과에 매몰될 것인가로 모아지는 듯 하다.
새 정부가 은행권의 손을 들어 4단계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을 예정대로 추진할 경우, `MB노믹스`로 대표되는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기업 환경 개선을 통한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반면 보험권의 손을 들어 4단계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을 연기할 경우,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은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노선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 9일 간담회 때만 해도 이 당선자의 `규제완화` 발언에 힘이 실리면서 4단계 방카슈랑스가 예정대로 시행되는 쪽에 무게가 실렸지만 임시국회를 앞두고 `고용창출`에 대한 논의도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은 4단계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 건에 대해서는 `규제완화`보다 `고용창출`이 더 시급한 문제라는 데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애실 한나라당 정책위원의 황진태 보좌관은 "당차원에서 이번 임시국회 때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안택수 의원이 발의한 4단계 방카슈랑스 중단 법안도 논의돼야 한다는 재경위의 요구가 있었고 이를 정책위에서 수용한 것"이라며 "이 문제를 미루지 말고 심의있게 논의해 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엄호성 의원 역시 "당 차원에서 방카슈랑스 시행안에 한해 규제완화보다는 고용창출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며 "은행과 보험측 입장을 모두 청취한 후 두 논리를 모두 종합해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