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장 "캐피탈그룹에 지분 시장매입 요청"

"정부-은행, 관치 아닌 동반자적 협조 필요"
"연말까지 중소기업 대출 작년보다 7조원 확대"
  • 등록 2004-10-04 오전 6:00:00

    수정 2004-10-04 오전 6:00:00

[워싱턴=edaily 김춘동기자]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해외투자가 IR(기업설명회)을 통해 캐피탈그룹에 기업은행(024110) 지분을 시장에서 매입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행장은 "정부와 은행이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게 서로에게 윈-윈 전략"이라며 "과거와 같은 관치가 아니라 동반자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행장은 4일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현안들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강 행장은 "캐피탈그룹이 국민은행(060000)은 5%, 신한금융(055550)지주는 13%가 넘는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업은행 지분은 전혀 없다"며 "IMF 총회 후 캐피탈그룹과 만나 기업은행 지분매입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지분의 의미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은행 주식을 의미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강 행장은 3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IMF 총회가 끝난 직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등을 방문해 주요 해외투자가들과 1대1로 만나 IR을 가질 예정이다. 캐피탈그룹은 전세계 50여개국에 걸쳐 총 400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초대형 투자그룹으로 한국 증시의 대표적인 `외국계 큰손`이다. 캐피탈그룹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 만해도 삼성전자(005930)현대차(005380) 등 30여개사에 달한다. 강 행장은 또 "당분간 기업은행 민영화는 어렵다"며 "다만 정부가 대주주로만 남아 있어도 실질적으로 지배가 가능하다"고 말해 부분적인 정부 지분매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가진 기업은행 지분은 언젠가는 나온다고 봐야 한다"고도 말했다. 최근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축소와 관련해서는 "기업은행은 현재 자산의 85%를 중소기업에 대출하고 있다"면서 "올들어 중소기업 대출이 전월말 기준으로 전년대비 4조1000억원 늘었으며, 연말까지는 7조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기업은행 대출규모는 나머지 8개 커머셜뱅크(상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합한 것보다 많다"면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1.63%로 제일 낮다"고 강조했다. 강 행장은 "이에 반해 다른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지 않고 있다"며 "국민은행은 급커브를 그리고 있고, 외환은행도 최근 대출을 많이 줄였다"고 지적했다. 강 행장은 다만 "취임 당시 비가 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겠다고 했지만 참 어렵다"며 "우리나라 중소기업 수명이 평균 8년에 불과해 대출이 쉽지 않다"고 고충도 털어놨다. 최근 정부가 은행권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을 독려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은행이 아무리 경영을 잘해도 거시경기가 안 좋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며 "정부와 은행이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게 서로에게 윈-윈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또 "과거와 같은 관치가 아니라 동반자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미국이 외환위기 당시 6개 시중은행을 불러서 한국의 대출금 회수를 한달 동안 유보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는데 이처럼 시스템 위기시에는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강 행장은 "기업은행은 30~40년이상 거래한 기업이 수두룩하고, 20년이상 거래기업 가운데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을 대상으로 명예의 전당을 운영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기(氣) 살리기`에 적극 나설 뜻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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