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환율급등으로 위기의식 증폭..당국이 용납할까

  • 등록 2000-11-19 오전 9:29:52

    수정 2000-11-19 오전 9:29:52

지난주 달러/원 환율이 4주째 이어져온 1130원대의 견고한 벽을 무너뜨리며 1141.80원까지 급등했다. 하루하루 저점을 탄탄하게 다지며 오름세를 지켜온 환율은 마침내 지난 17일 1140원선에 안착했다. 최근 환율움직임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외 증시나 외국인의 주식매매동향등 외부변수보다는 외환시장 자체의 달러수급요인에 따라 고점을 차츰 높여갔다는 것. 외부상황이 급변할 때마다 환율이 출렁이는 전형적인 구도와 사뭇 다르다. 은행권의 투기적 외환거래는 자연히 ‘바닥이 단단하다’는 공감대아래 위를 뚫어보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이번주 환율 전망치는 1132~1145원 범위에 있다. 일단 1140원대로 올라선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고점을 확대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강한 것. 역시 영향력이 가장 큰 시장참여자인 외환당국의 심기를 살피는 기색이다. 그러나 시장 자체의 힘만 놓고보면 1150원대 환율도 멀지않게 느껴지는 한 주다. 상승요인 : 역외세력의 달러매수, 정유사등 수입업체의 결제수요, 정치파행에 따른 공적자금 조성 지연등 구조조정 위기, 미국 증시 악화 가능성 하락요인 : 외환당국의 환율안정 의지, LG등 대규모 외자유치 성사 가능성, 월말 수출업체의 네고물량 유입 ◇지난주 외환시장 동향 지난주 환율이 움직인 범위는 1133.50~1141.80원. 15일까지 환율은 일반의 예상대로 1130원대중반에서 움직였다. 외국인 주식매매동향에서도 별다른 특징을 찾기 어려웠고 수급도 대체로 균형에 가까웠다. 그러나 16일이후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유사등 수입업체들의 결제수요가 예상외로 큰 데다 역외세력도 서서히 달러매수를 재개했다. 16일 1139원을 잠시 기록하며 분위기 변화를 예고한 뒤 17일 환율은 개장초부터 1141.30원까지 치솟았다. 수급공방끝에 1140원 언저리에 머물 것 처럼 보였던 환율은 마감 3분여를 앞두고 역외세력의 투기적 달러매수에 밀려 종가기준으론 10개월만에 가장 높은 1141.80원까지 치솟았다. ◇수입결제수요 증가 정유사등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연말 부채비율 감축을 위해 그동안 누적된 외상수입을 줄이려는 상황이다. 외상수입을 줄이려면 당연히 평소보다 많은 달러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국제유가 급등으로 결제수요가 크게 증가한데다 이런 요인까지 겹치자 주중반이후 정유사들의 수요만 매일 2억~3억달러에 이른다. 반면 수출은 11월들어 부진해 네고물량이 많이 줄어들었다. 수출입에 따른 달러수급 구조는 달러수요우위로 돌아선 상황. 이번주 환율을 전망할 때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통상 월말로 접어들면 수출업체들의 네고물량 공급이 늘어난다고 한다. 수출네고물량 규모가 관심이다. ◇거액 외자유치가 성사되면 LG의 20억달러 외자유치나 현대의 AIG 자금유치가 성사될 기미를 보이면 외환시장 분위기는 사뭇 달라질 수 있다. 지난 17일에도 1140원대로 개장했지만 장중에 추가상승에 계속 실패한데도 LG의 외자유치 임박소식이 한 몫했다. 월말 네고자금과 함께 달러공급의 증가를 예상케하는 대목. 그러나 외자유치가 성사되고 실제 자금이 유입되기 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큰 변수가 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당장 시장에 달러가 얼마나 있는지, 수요는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여전히 부정적인 시장외부의 변수들 정치권이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공적자금 조성등 구조조정의 기반이 될 사안들이 허공에 떠버릴 가능성이 높아지고있다. 이는 증시에 우선적으로 타격을 가하겠지만 외환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현상이 심화할 경우 그 충격을 짐작키 어렵지않다. 갈수록 혼미해지는 미국대선 정국과 증시, 기력을 잃은 국내증시, 다시 급등세로 돌아선 국제유가등 시장주변의 여건은 너무 나쁘다. 외국인들이 국내증시에서 주식순매도로 돌아설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있다. 외국인의 주식순매수속에서 환율이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런 대목이다. 역외세력의 달러매수세도 눈여겨봐야한다, 매일 국내시장 마감이후 열리는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역외세력이 환율을 끌어올릴 경우 이는 곧 다음날 국내환율에 반영되곤 했다. 이런 부정적 변수보다 지금 시장참가자들이 실제 관심을 갖는 것은 외환당국의 의지다. 지난 17일 마감 3분여를 앞두고 기습을 당한 당국이 이번주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 지가 관심. 우리 경제는 주변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환율마저 급등할 경우 그 충격을 감당키 어렵다. 외환위기의 경험때문이다. 대부분 시장참가자들은 “당국이 1145원이상의 환율을 용납키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주 환율전망 저점을 아무리 낮게 잡아도 1132원에서 멈춘다. 고점은 11145원안팎. 일부 극단적인 딜러들이 1150원을 얘기할 뿐이다. 대체로 1135~1143원에 몰려있다. 주변여건이나 달러수급만 보면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당국의 눈치를 보면 1145원이상 환율은 무리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분명한 것은 저점이 차츰 높아지고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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