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이오 업계에서 우회상장으로 비춰질 수 있는 잇단 인수합병(M&A)에 대한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상장사, 비상장사할 것 없이 바이오 신약개발 회사들이 대거 매물로 나오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와 비상장사가 결합해 한쪽은 신규 성장동력을, 다른 한쪽은 자본시장 진입을 확보하는 ‘윈-윈’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회상장(Back-door listing)은 요건만 갖추면 상법상 불법이 아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굵직한 존재감을 가지는 셀트리온, HLB 등도 직상장이 아니었다. 셀트리온(068270)은 화학회사 오알캠, HLB(028300)는 구명정업체 현대선박을 각각 인수해 우회상장 했다. 다만 이들의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이다. 대부분 비상장 바이오텍은 우회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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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양수 대상이 되는 영업부문은 △최근 사업연도말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이 있을 것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지 않을 것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이 적정일 것 등이 요구된다.
재무상태가 건실할 것이 요구되는 터라 업계에서 말하는 대로 ‘어려운 곳과 어려운 곳이 만나는’ 형태에선 우회상장이란 쉽지 않은 길이다.
반면 올초 상장예심철회를 결정한 지피씨알은 CCTV 회사 하이트론(019490)씨스템즈에 흡수합병을 시도했지만, 거래소의 반대로 중도에 무산됐다. 지피씨알 또한 기존 VC 투자자들이 모두 인수합병에 동의했던 정황이지만 상장을 시도했다 철회했던터라 거래소 설득에 어려움이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 딜은 아직 끝난게 아니다. 하이트론씨스템즈는 미국 핵산치료제 신약개발사 엑시큐어(Exicure)를 인수한 후 지피씨알의 주요 자산을 합병, 관계사로 편입하려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이트론씨스템즈는 엑시큐어 지분 60.5%를 137억원에 27일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지피씨알 관계자는 “증자에 어려움을 겪던 중 코스닥 상장사 하이트론씨스템즈로부터 투자를 전제로 인수제안이 들어왔다. 전체주식을 매각하는 형태로 진행했고, 경영권을 넘겨 하이트론의 자회사로 남는 구조였기에 우회상장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엑시큐어와 진행하는 것은 주식을 넘기는 딜이 아니기에 기존 지피씨알 주주들이 엑싯하지 못한다. 관계회사로 분류된 후 다음 사업단계로 넘어갈 것이며 회사가 위험을 벗어나는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세포치료제 회사 바이젠셀(308080)은 코스닥 상장 3년 만에 최대주주 손바뀜을 앞두고 있다. 보령(003850)의 지분과 풋옵션을 가은글로벌이 인수해 신규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가은글로벌은 기평석 대표의 자금력으로 바이젠셀 지분 11.36%를 80억원에 인수한다.
바이젠셀은 코스닥 상장 후 5년이 지난 2027년부터 연매출 30억원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가은글로벌의 제약 자회사 테라파마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년도까지 매출이 0원이던 바이젠셀은 올해 처음으로 3분기 누적 매출 5500만원을 기록했다. 혈액암에 대해 자가세포치료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가은글로벌 관계자는 “테라베스트는 우선적으로 직상장이 목표이며 바이젠셀 인수로 기술고도화를 이뤄 기술이전 등 성과를 만들고 늦어도 2026년까지는 상장에 도전하려 한다”며 “만약 양사를 합치는게 더 시너지가 난다고 한다면 이 또한 추후에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메드팩토(235980)도 모회사 테라젠이텍스의 14.6% 지분이 357억원에 매물로 나와있다. 메드팩토는 저분자화합물 항암제 파이프라인 ‘백토서팁’의 대장암 임상 2b/3상을 앞두고 있고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제약사 또는 사모펀드(PE)에 매각을 희망하고 있다. 자금력을 가진 비상장사가 있다면 그 또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메드팩토는 상장 후 5년이 지나 매출 30억원의 요건 달성도 필요한터라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매각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메드팩토는 바이오인포매틱 사업, 건기식 사업을 추진해 매출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서 세번의 고배를 마신 아리바이오는 코스닥 상장사 소룩스(290690)와 주식교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합병 비율 등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다. 합병 후 회사의 사명은 아리바이오로 바꿔 기존 소룩스의 사업영역인 조명기기와 시너지를 내는 인지기능 개선 및 치매치료 제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소룩스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갖추게 되고 비상장사인 아리바이오는 코스닥에 입성, 자금을 확보하는 채널을 확보하게 된다.
한 비상장 바이오텍 대표는 “거래소의 상장 문턱이 점점 높아져 상장의 전제조건으로 임상 효능 입증 및 의미 있는 기술이전 계약 체결이 요구되고 있어 비상장 바이오텍은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해 개발속도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높아진 상장 문턱 탓에 펀딩을 받기 어려운 시장이 되어 연구개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바이오텍 대표는 “투자기관들이 아예 신약개발사를 검토하지 않는 혹한기 상황”이라며 “여러 형태의 증자를 시도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인수제안이 들어오면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바이오텍 ‘옥석가리기’에서 ‘옥’이 투자를 받는게 아니라 투자를 받는 곳이 ‘옥’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