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한국언론 수해보도에 버럭한 이유는[북한은 지금]

김정은, 한국 언론의 압록강 유역 수해 보도에 ‘쓰레기’라 비난
주민 동요 막고, 대적 감정 키우기 위한 의도
중북 접경지역 주민들의 외부 정보 유입 우려
대남 대적관 강화를 위한 사상 교양 자료로 활용
  • 등록 2024-08-25 오전 12:01:01

    수정 2024-08-25 오전 12:01:01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압록강 유역 수해를 보도한 한국의 언론 보도에 ‘쓰레기’라고 지칭하며 강력한 비난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 본인이 직접 분개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민 동요를 막고, 대적 감정을 키우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평양 4.25여관을 찾아 수해지역 학생들을 위한 교육준비정형을 요해(파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임수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김정은은 왜 우리 언론의 수해 보도에 화를 냈을까’라는 보고서를 내고 김 위원장의 ‘화’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앞서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지난 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지역을 방문해 연설을 통해 홍수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 “너절한 쓰레기 나라의 언론 보도”라며 “남한 언론이 미쳐 날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한국 쓰레기들”, “적을 왜 적이라고 하며 왜 쓰레기라고 하는가” 등 남한을 쓰레기라고 다수 칭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은 “일차적으로 피해 지역이 외부 사회로부터 정보 유입이 비교적 용이한 중북 접경지역으로서, 주민들이 피해 상황을 인지하고 동요할 것을 우려한 정권 차원의 선제적 대응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해 지역인 자강도, 양강도, 평안북도는 중북 접경지역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외부로부터의 정보 통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한국의 북한 피해 관련 보도가 주민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고, 상당한 동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애민정신’을 선전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MZ세대인 장마당세대의 민심 이반을 우려한 행동이라고 했다.

또 임 위원은 김 위원장이 화를 낸 건 대남 대적관 강화를 위해 이번 보도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등에서 지난달 말 수해로 집을 잃은 어린이와 학생, 노인, 환자, 영예 군인 등을 평양으로 데려가 피해복구 기간 지낼 곳을 마련해주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지역을 찾아 폭염 속에 천막으로 만든 임시거처에서 지내는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이런 조치를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임 위원은 “모든 ‘당조직, 근로단체 조직, 교양망’ 속에서 대남 대적관을 확산하기 위한 ‘사상교양 자료’로서 남한 언론의 수해 피해 보도를 사용하라는 주문은 북한 내부 주민들에 대한 ‘사상교양’ 속에서 대남 대적관을 확대·강화하겠다는 김정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024년 7월 당중앙위 8기 10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교육, 문화예술, 출판보도를 포함한 문화 부문 사업을 논의했음을 밝혔다.

이는 대남 대적관 강화를 위한 문화 부문 개편 작업이 ‘사상교양’ 개편을 중심으로 강화ㆍ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남한을 ‘교전국’으로 선포한 이후 주민들의 사상 통제를 위해 장기적인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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