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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이던 피해자가 숨진 날은 2019년 6월 9일이었다. 당시 10대였던 가해자 A군 등은 전날 밤부터 9일 새벽 1시까지 광주 북구의 한 원룸에서 함께 거주하던 피해자를 수십차례 폭행했다.
A군은 피해자가 자신의 바지를 제대로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슴을 때리고 B군은 둔기를 이용해 폭행하기도 했다. 또 피해자의 얼굴을 물속에 수차례 넣고 뺀 뒤 전신을 발로 차는 등 범행을 이어갔다.
가혹행위를 일삼던 A군 등은 피해자가 주저앉았음에도 한 차례 더 폭행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이불을 덮어 방치했다. 이들은 의식을 잃은 피해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기는 했지만 범행이 들통 날 것을 생각해 경찰과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당일 현장을 벗어났다가 돌아온 뒤에는 피해자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삭제하는 등 은폐 시도를 했으며 자수할 때는 피해자가 자신들의 기분을 나쁘게 해 때렸다며 거짓으로 진술했다. 결국 피해자는 같은 날 횡문근융해증으로 인한 급성신부전증 등으로 숨지고 말았다.
사건 두 달여 전인 4월 초부터는 피해자에게 ‘패드립 놀이’를 강요했으며 그를 세워두고 몸통을 때리는 행위까지 했다. 사건 한 달여 전에는 피해자의 아르바이트 월급을 빼앗고 병원에 가지 못하도록 통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력감에 빠진 피해자는 A군 등의 심리지배에 노출됐으며 경찰에 신고하거나 함께 거주하던 원룸을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부검 과정에서는 수개월간 외력에 의한 반복적인 손상과 급성 염증 등 가해의 흔적이 확인되기도 했다.
2심 “제출된 증거로 사망 예상했다 보긴 어려워”
당시 피해자 유족 측을 변론한 임지석 변호사는 부검 결과 “피해자의 온몸과 얼굴이 피멍으로 물들어 있었다. 갈비뼈는 3개가 부러져 있었고 간도 찢어져 있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또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피고름이 난 피해자의 몸을 전신 나체로 사진 찍어가며 관찰했다”며 “죽어가는 피해자 옆에서 낄낄거리며 랩을 하고 조롱했다”고 폭로했다.
재판에 넘겨진 A군 등은 폭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지 못했으며 살인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1심은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방치하고 범행 은폐를 시도한 점을 언급한 뒤 “인간성에 대한 어떠한 존중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상당 기간 사회와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에 불복한 피고인들과 검찰은 항소했고 2심은 A군을 제외한 피고인 3명에 대해 “제출된 증거만으로 이들이 피해자의 사망을 예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폭행 또는 상해의 고의를 넘어선 살인의 고의로까지 전환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들 중 3명이 유족과 합의한 점, 일부 피고인이 초범인 점, 일부 피고인 혐의가 상해치사죄로 변경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대법원이 A군 등과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며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