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CJ바이오사이언스, 英서 인수 9개 신약물질 대대적 재편 작업중

  • 등록 2024-06-14 오전 9:10:36

    수정 2024-06-18 오후 3:19:04

이 기사는 2024년6월7일 9시1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페이지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CJ바이오사이언스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을 위해 영국 4D파마로부터 신약 물질을 다수 도입했지만, 15개월 동안 개발이 모두 정지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CJ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물질을 15개 확보, 세계 최대 수준이라고 자랑했지만 정작 개발되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단 한 개에 불과했다. 회사 측은 마이크로바이옴 파이프라인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중이라고 밝혀, 파이프라인 조정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CJ가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을 대대적으로 재편할 것으로 본다.

5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CJ 바이오사이언스(311690)는 1년 3개월 전 영국 및 아일랜드 소재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4D파마로부터 신약 후보물질 9개를 도입, 총 15개 파이프라인을 확보했지만, 개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그나마 자체 개발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파이프라인은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CJRB-101이다. 이마저도 4D파마에서 인수한 물질이 아닌 자체 파이프라인이다. CJRB-101은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물론 파이프라인이 많다고 한꺼번에 모든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파이프라인 분석 작업까지 마치고도 단 하나도 개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의아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23년 3월 4D파마로부터 파이프라인과 플랫폼 기술을 도입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특히 같은 해 7월 회사는 “4D파마로부터 도입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분석 작업을 통해 개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 후보물질을 중심으로 기존 파이프라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류를 완료했다. 신약개발을 가속할 계획”이라며 파이프라인 개발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 파이프라인.(사진=CJ바이오사이언스)


CJ바사, 파이프라인 축소 시사...“파이프라인 정리 중”

업계에서는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이 다수일 경우 도입하고서도 파이프라인 분류와 개발 준비(연구조직 세팅, CRO 선정 등)에 소요되는 시간 등으로 바로 개발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CJ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파이프라인 분류도 이미 완료했고 개발 가속화를 언급했던 만큼 일반적인 상황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이프라인을 도입한 후 개발하지 않는 경우가 드문 일은 아니다. 최근에는 투자 환경이 좋지 않아서 흔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라는 것을 고려하고, 한두 개가 아닌 다수 파이프라인을 도입했음에도 임상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여러 물질을 외부 도입했다면 순차적으로 진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성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파이프라인을 도입했을 때와 현재 상황이 달라졌다”며 “회사 내부적으로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고, 증시나 투자시장에서도 매력이 별로 없는 것으로 봤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4D파마와 파이프라인 도입 당시 계약서 비밀유지 조항을 들어 계약금 등 소요 비용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다만 당시 4D파마가 사정이 좋지 않아 CJ바이오사이언스에 파이프라인을 헐값에 넘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규모는 100억~300억원 사이로 추정된다. 따라서 CJ바이오사이언스도 싼값에 인수하면서 제대로된 검증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그 여파가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CJ바이오사이언스 측은 4D파마로부터 도입한 파이프라인을 지금까지 개발 우선순위를 정하는 중이라고 했다. 파이프라인 축소도 시사했다.

회사 관계자는 “CJRB-101 하나만 개발 중인 것이 맞다. 다수 파이프라인을 전부 개발하는 회사는 없다”면서도 “4D파마에서 도입한 파이프라인은 1년이 넘었다. 4D 측에서 개발하고 있던 물질들로, 도입 당시 임상에 들어간 물질도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신약 성공 가능성이 작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 여러 가지 재편 가능성을 보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하나하나 보면서 우선위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 연구개발 진행 현황.(자료=CJ바이오사이언스 분기보고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사업 축소 움직임?

업계에서는 CJ바이오사이언스의 일련의 액션들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사업 축소로 이어질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임상 1/2상 중인 CJRB-101의 임상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세레스 테라퓨틱스와 페링제약의 치료제가 세계 최초로 허가받으면서 관련 시장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최근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세레스가 개발한 신약 보우스트가 출시 4개월만에 100억원을 돌파했지만, 시장 전망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특히 항암 신약에 대한 니즈가 컸지만,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이 주목받으면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분야가 외면받는 분위기다. 실제 국내에서도 지놈앤컴퍼니(314130)가 지난해부터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이란 타이틀을 떼고, 신규타깃 신약개발 기업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2020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에 나섰던 A기업도 최근 관련 사업을 자회사로 넘겼는데, 사실상 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임상을 위해 2020년 설립했던 호주법인도 지난해 3분기 청산했다. 당시 천랩은 호주법인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전진기지로 활용하기로 했고, 항암 적응증을 가진 후보물질 CLCC1 임상 개발을 계획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로 바뀐 이후 CJRB-201로 물질명이 변경됐고, 2019년 전임상 이후 CJ바이오사이언스는 사실상 개발을 중단한 상태다. 다만 회사 측은 “천랩 시절의 경우 중소기업이다보니 면세 등의 혜택이 있었다. 하지만 CJ에 인수되면서 대기업으로 분류돼 그런 혜택들이 사라졌다. 굳이 호주법인을 유지할 이유가 없었기에 청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호주의 경우 임상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마이크로바이옴 가이드라인 부분들이 잘 돼 있다. 호주에서 승인을 받으면 북미(캐나다) 지역에서도 자동 승인이 가능해 신약개발 기업들이 호주 임상을 많이 한다”며 “대기업이라고 해서 안할 이유가 없다. 호주 법인을 청산한 이유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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