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가 조카 죽인 줄 알았는데...“형부랑 낳은 아이다” [그해 오늘]

형부가 지속적 성폭행
낙태 제외하고도 형부 자식 셋 낳아
형부-언니 자녀 두 명과 함께 양육
낮은 지능지수 "혼날까 두려워" 피해 못 알려
형부 "처제가 먼저 꼬셨다" 주장
  • 등록 2024-03-24 오전 12:00:00

    수정 2024-03-24 오전 12:00:00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2016년 3월 24일 경찰은 20대 여성 A씨를 3살짜리 조카가 구토를 하는데도 5차례나 더 발로 차 죽인 폭행치사혐의로 구속했다.

사건은 당초 이모가 조카를 학대하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가 사실 조카는 과거 형부한테 성폭행 당해 낳은 친아들이라고 밝히며 형부의 성폭행, 가정폭력 등 수많은 문제가 속속 밝혀졌다.

(사건=게티 이미지)
비극은 2008년 A씨가 18세 고등학생일 때 부터 시작됐다. 그해 언니 B씨(25)와 형부 C씨(43)가 결혼했는데 언니는 온 몸에 염증이 생기는 루푸스 질환을 앓고 있어 형부가 부부관계를 꺼렸다. B씨가 임신까지 하자 형부는 같은 집에 살고 있던 미성년자 A씨를 범죄 대상으로 노렸다. C씨는 원할 때 마다 A씨를 성폭행했고 A씨는 끝내 임신 후 낙태까지 하게 됐다.

2010년 C씨가 서울로 이사를 가고 2012년 A씨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며 상황이 정리되는 듯했으나 또다시 일이 꼬였다. A씨의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아 언니집에서 함께 살게 됐는데 형부의 성폭행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결국 2013년 12월 A씨는 형부의 아들을 출산했다. 이후에도 형부와 사이에 자녀 두 명을 더 낳았다. 형부는 언니 B씨와도 자녀 2명을 뒀다. A씨는 아픈 언니를 대신해 총 다섯 명의 아이를 양육하는 신세가 됐다.

언니도 동생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모르고 있던 건 아니다. 자매가 범행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이유는 둘 다 지능지수가 낮고 성격이 매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형부의 범행이 알려지면 언니와 사이가 멀어지고 친척들에게 혼날 것이 두려웠다고 한다.

(사진=게티 이미지)
“형부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는 원망에 휩싸여 살던 A씨의 분노가 2016년 3월 15일 극단적으로 표출됐다. 어린이집을 다녀온 3살 B군에게 “가방에서 도시락통을 꺼내라”고 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자 발로 5차례나 걷어찼다.

B군이 걷어차여 의식을 잃자 동네 병원을 거쳐 종합병원으로 데려갔지만 B군은 종합병원 도착 당시 이미 숨진 상태였다. 병원 관계자는 아이를 안고 온 A씨의 표정이 눈물 한 방울 없이 무표정했다고 전했다.

A씨는 ‘B군이 자꾸 토해 병원으로 데려왔다’고 주장했으나 병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을 통해 학대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형부 C씨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는 자괴감과 형부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아버지를 닮아가는 B군을 보면서 폭발했다고 진술했다.

수사가 확대하며 C씨가 평소 자녀들에게 폭력을 일삼은 정황도 드러났다. C씨는 자신의 집에서 숨진 B군을 포함해 자녀들을 수차례 때리거나 학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간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며 “한 남자의 몹쓸 짓으로 시작됐고 형부의 아이를 낳았다는 자괴감에 시달려왔다”고 털어놨다.

C씨는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B군이 A씨의 아들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A씨를 성폭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되려 “처제가 먼저 유혹했다” “동네 사람들이 윤간했다”고 거짓말을 일삼았다.

처음에는 형부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A씨는 형부의 이 같은 진술을 듣고 충격받았다. 이후에 태도를 바꿔 형부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형부 C씨에게는 징역 8년6월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을 인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자신이 낳은 자녀의 생명을 침해한 범죄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초범인 점, 범행 사실을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성범죄 피해자인 점, 지적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C씨에 대해서는 “피고의 행위(성폭행)로 A씨가 심한 정신적 고통과 함께 우울증을 앓게 됐으며 본인의 자녀를 살해하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A씨가 처벌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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