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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날은 같은 해 8월 30일이었다. 제주에서 살던 강씨는 생활고를 이유로 다른 사람의 금품을 빼앗기로 마음먹고 사흘간 범행 대상을 찾아다녔다. 그는 과거 인터넷에서 구입한 흉기를 들고 자신의 화물 차량에서 생활하며 취객이나 여성 등을 상대로 피해자를 물색했다.
그러던 중 강씨는 A(사망 당시 39세)씨가 혼자 인적 드문 방향으로 걸어가자 차에서 내려 그를 뒤쫓았다. 10분 뒤 A씨가 도두동의 밭을 지날 때 강씨는 챙겨온 흉기를 들이밀며 “가진 돈을 내놓으라”며 달려들었다.
A씨는 양산을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뒷걸음질을 치던 중 밭으로 떨어졌다. 강씨는 이 틈을 타 밭에 내려갔고 수차례 흉기를 휘둘러 A씨를 살해했다. 목과 어깨, 가슴 부위를 찔린 A씨는 현장에서 숨지고 말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교통비를 아끼려 걸어가던 중 변을 당한 것이었다.
이후 그는 A씨의 카드로 총 7만원가량의 식료품을 결제했고 이틑날 밤 서귀포의 한 주차장에서 긴급체포됐다. 검거 전까지는 자신의 범행과 관련된 언론보도를 찾아보고 있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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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의 범행은 인터넷 방송 BJ들에게 큰손 노릇을 하려던 허영에서 비롯됐다. 그는 사건 9개월여 전인 2019년 12월부터 거의 매일 10시간 이상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고 BJ들에게 사이버 머니를 선물하며 재산을 탕진했다. 이듬해 4~7월에는 택배 업무를 하기도 했지만 생각만큼 돈을 벌지 못하자 일을 그만두고 무직이 됐다.
강씨는 별다른 수입이 없었음에도 과도한 지출을 일삼았다. 그는 BJ들의 환심을 사려 평소 10만원에서 200만원 상당의 사이버 머니를 선물했고 2020년 초에는 한 BJ를 실제로 만나기도 했다. 강씨가 대출받은 금액만 5500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그는 거주하던 원룸의 월세를 내지도 못하고 집주인 몰래 도망쳐 차량에서 숙식하기까지 이르렀다.
재판에 넘겨진 강씨는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계획 살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그는 첫 공판기일 당시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재판부로부터 “반성은 하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유족들이 방청석에서 눈물을 쏟고 있던 때였다.
강씨 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은 체포되기 직전 삶을 마감하려고 할 정도로 체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며 “그가 앞으로 책임의 무게감을 느끼고 살 수 있도록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강씨는 최후 진술에서 “뭐라 할 수 없는 큰 죄를 저질렀다. 어떤 말과 행동으로 반성하는지를 보여줘야 할지 모르겠다. 대단히 죄송하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그 자체가 목적이며 한번 잃으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어 그 무엇과 견줄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다. 강도살인은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생명을 수단 삼은 반인륜적인 범죄기에 합리화될 수 없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후 2심에서 무기징역이 재차 선고되고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며 강씨에 대한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