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엑소좀은 세포가 분비하는 30~200nm(나노미터·10억 분의 1m) 크기의 입자다. 처음엔 세포에서 나오는 노폐물로만 알려졌지만, 세포 간 신호 전달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차세대 약물 전달체로 주목받고 있다. 엑소좀에는 단백질, 핵산, 지방 등 다양한 생체유래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이를 분비하는 모세포의 특성과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엑소좀 내 특정 생체 분자 존재 유무를 검출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약물이나 단백질을 포함시켜 난치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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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상용화된 엑소좀 치료제는 없다. 그만큼 국내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빅파마들과 비슷한 위치에서 기술 경쟁을 벌일 수 있는 분야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인 DBMR리서치는 글로벌 엑소좀 시장이 2021년 117억 7400만 달러(약 14조 원)에서 연 평균 21.9% 성장해 2026년 316억 9200만 달러(약 38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엑소좀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화장품부터 난치 질환 치료까지 활용 범위가 다양해서다. 엑소좀의 피부재생 효과가 인정받으면서 고기능성 화장품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엑소코바이오는 2017년 세계 최초로 엑소좀 신소재 2종을 국제 화장품원료집(ICID)에 등재시켰다. 한국콜마홀딩스(024720)는 타임바이오와 엑소좀 기반 의약품과 화장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휴메딕스(200670)는 엑소스템텍과 엑소좀 기반 치료제와 화장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세계 엑소좀 기반 화장품 시장은 600억원 수준이며, 중장기적으로는 3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4월 급성신손상 치료제 ‘ILB-202’에 대해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승인 받았다. ILB-202는 국내 업체가 발굴한 엑소좀 기반 신약 후보물질 중 최초로 임상에 진입한 물질이다. 브렉소젠의 아토피 피부염 엑소좀 치료제 ‘BRE-AD01’는 지난해 10월 미국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BRE-AD01은 브렉소젠의 엑소좀 생산 플랫폼 ‘BG-Platform’으로 개발됐다. BG-Platform은 엑소좀을 균일하게 대량생산하는 기술이다. 엑소좀 생산뿐 아니라, 품질관리 및 제품군 확장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엠디뮨은 엑소좀 자체 신약 개발이 아닌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전임상까지만 진행 후 파트너링이나 라이선스 아웃을 하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엠디뮨은 국내 엑소좀 기업 중 최초로 해외 기술수출을 해 주목받았다. 회사는 지난해 9월 미국 바이오텍 캐러밴 바이오로직스에 CAR-NK 세포 기반 항암제 개발을 위한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엠디뮨은 캐러밴의 연구 개발 단계에 원천 특허 기술을 적용하도록 하며, 기술수출 계약금과 연구 개발비를 지원받는다.
엠디뮨의 플랫폼은 차세대 약물전달시스템인 ‘바이오드론’으로 세포압출기술로 생산한 세포유래베지클(CDV)을 기반으로 한다. CDV는 자연분비 엑소좀과 비슷한 특성을 지니면서, 생산 수율이 높고 다양한 원료 세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엠디뮨이 독자 개발한 압출 기술은 다양한 인체 세포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나노 사이즈의 소낭(세포질 내 액체주머니)으로 전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