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본시장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자금이 어느 곳을 향하느냐에 따라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이제 바이오 분야를 ‘바닥’으로 보고 투자에 나서야 하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아직은 섣부르다는 반론이 맞서며 향후 전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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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자본시장과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글로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바이오 투자에 힘을 싣고 있다. 세계 3대 PEF 운용사로 꼽히는 ‘칼라일 그룹’(Carlyle Group)은 수십억 달러 규모 생명과학 펀드 조성에 나섰다.
이 펀드는 칼라일이 지난해 8월 인수한 생명과학 투자사인 애빙워스(Abingworth) 인력이 주축이 돼 진행 중이다. 20억 달러 규모 자산을 관리하는 애빙워스는 잠재력을 갖춘 바이오·제약 회사에 자본과 컨설팅을 제공하며 성장을 돕는 전문 바이오 투자사다.
칼라일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애빙워스는 1973년부터 179개 생명 과학 회사에 투자해 74개 IPO(기업공개)와 48개의 M&A(인수합병)를 이끌어냈다. 관련 투자에 관심을 보이던 칼라일이 아예 바이오 전문 투자사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투자 채비에 나선 것이다. 칼라일은 지난해 8월에도 첫 번째 임상 시험에 나선 안약개발 회사 옵티(Optea Ltd) 지원을 위해 약 1억7000만 달러(1446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9510억 달러(1302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스톤(Blackstone Inc)도 관련 투자를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다. 블랙스톤은 칼라일의 애빙워스 인수 4년 전인 2018년 임상 시험 전문 투자사인 클라러스(Clarus)를 인수하며 입지를 먼저 쌓았다. 2년 뒤인 2020년에는 46억 달러(5조6700억원) 규모 생명과학 펀드를 꾸리고 10개 회사에 투자를 집행하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제약사인 사노피(Sanofi)의 면역치료제 살클리사(Sarclisa)와 오토로스 테라퓨리스(Autolus Therapeutics Plc) 암 치료제 파이프라인, 앨나일램 파마슈티컬스(Alnylam Pharmaceuticals Inc)의 콜레스테롤 치료제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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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에서 클래시스 인수(6699억원)와 휴젤 매각(약 1조7000억원)으로 분주한 한 해를 보냈던 베인캐피탈은 최근 보스턴에 있는 첨단 바이오 정제 플랫폼인 에코세레스(EcoCeres)에 4억 달러를 투자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글로벌 큰 손들이 바이오 투자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크게 몇 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유동성이 줄면서 바이오 섹터에 유입되던 투자금이 몰라보게 줄었다는 점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는 관측이다. 합리적인 규모로 주도적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자금 지원만 된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기술이 나오면서 추가 수익을 낼 가능성에 조기 베팅한 셈이다.
이들 투자가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면 맹목적인 신약 개발 업체 투자에서 외연을 확장했다는 점이다. 생명 과학 전문 투자사를 인수하면서 전문성을 높이는 한편 과거 임상이나 프로젝트 트랙레코드를 갖춘 곳을 선별해서 투자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탈탄소 등 ‘친환경’이나 ESG 잠재력을 갖춘 바이오업체로 시선을 확장한 점도 눈에 띈다.
국내 자본시장도 글로벌 큰 손들의 이러한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 흐름이 국내 자본시장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시장 접목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잇따른 악재가 겹친 국내 바이오 시장 반등으로까지 연결할 수 있느냐를 두고는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섹터에 대한 글로벌 투자 흐름이 올해를 기점으로 변하는 것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런 흐름을 타고 국내 바이오 투자가 반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