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빅파마 존슨앤존슨(J&J)은 내년 중 회사를 소비자 건강제품 부문과 제약·의료장비 부문 등 2개 회사로 분사할 계획이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는 지난 8월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사업부 ‘산도스’를 100% 기업분할 방식의 독립 상장사로 분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분사 사례는 2020년 11월 사노피, 2021년 6월 머크(MSD), 올해 7월 화이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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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화이자와 GSK의 ‘헤일리온’(Haleon)분사다. 헤일리온은 분사 후 지난 7월 런던 거래소 상장했는데, 당시 신주 54.5%를 모회사 주주에게 배분했다. 이에 따라 모든 GSK 주주는 주당 헤일리온 주식 1주를 받게 됐다.
화이자와 GSK는 향후 헤일리온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각할 것이라는 점도 약속했다. 상장 전 화이자는 헤일리온 지분 32%를, GSK는 68%를 각각 보유한 상태였다. 화이자는 헤일리온 상장 후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이달부터 조금씩 지분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GSK도 지분 68% 중 최대 13.5% 정도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정리하겠단 계획이다.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분사 계획과 같은 주요 이슈 등을 주주들과 매우 이른 시간부터 소통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헤일리온 분사도 2018년 가을쯤부터 보도자료나 IR 등을 통해 꾸준히 알려온 것으로 안다”며 “이렇다 보니 분사 활성화가 되는 시점에서는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서로 집중하는 분야에 더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물적분할은 모회사에 모든 주식이 귀속된다. 기존 주주들에게 떨어지는 게 없다. 반면 GSK와 같은 사례들은 새로 생긴 회사 주식을 기존 주주들에게 보유 비율에 따라 나눠줬기 때문에 인적분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파이프라인 쪼개기 등을 통해 물적분할 후 상장을 추진하는 전략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적분할 후 상장방식은 후보물질을 계열사에 나눠줘 해당 물질을 연구,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수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후보물질을 받은 자회사가 상장하면 모회사 주주입장에서는 그만큼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동홀딩스(000230)와 휴온스(243070) 보령(003850) 동국제약(086450) 자회사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일동제약그룹의 지주사인 일동홀딩스는 2019년 5월 100% 자회사 ‘아이디언스’를 설립했다. 아이디언스는 일동홀딩스의 또 다른 자회사인 일동제약으로부터 핵심 파이프라인인 표적항암제 후보물질(IDX-1197)을 넘겨받았다. 일동제약이 자체 개발했고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키우겠다고 한 물질이다. 일동제약과 아이디언스 간 IDX-1197 매각 절차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동제약 소액주주로서는 이 후보물질이 개발에 성공해 잘 팔린다면 추가로 받을 게 없는 상황이다. 아이디언스는 이 후보물질로 지난해 초 40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내년 중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지난해 4월 휴온스에서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떼내 물적분할 했으며, 설립 당시부터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보령은 백신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보령바이오파마를, 동국제약은 조영제를 담당하는 동국생명과학을 각각 물적분할해 연내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내년으로 연기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기술기업상장부 관계자는 “주주들이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에 상관없이 무조건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들여다보고 있다”며 “바이오 기업에서 쪼개기 상장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일단 자회사가 상장하는 경우라면 무조건 모회사 주주들에 대해 보호 노력을 했는지 여부를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