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는 아직 선진국 빅파마와 경쟁에서 신약 개발 경쟁력이나 자본력 싸움에서 여전히 밀리고 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의료기기 분야만큼은 다르다. 최고 수준의 IT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K 의료기기’의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2018년 6조 8179억원 규모였던 K 의료기기 업계의 매출 규모는 2020년 7조 5317억원, 2021년 9조 1341억원으로 급성장세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0.2%에 달한다. 이미 글로벌 강자로 부상한 회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데일리의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팜이데일리’에서는 글로벌 톱티어로 발돋움한 국내 의료기기 대표주자들을 직접 만나 현재와 미래를 집중 분석해봤다. [편집자주]
“소형 엑스레이(X-ray) 기술로 인류의 생명을 구하자.”
소형 X-ray 부품·제품 개발업체 레메디 이레나 대표의 이 같은 경영철학이 회사 설립(2012년) 10년 만에 빛을 보고 있다. 의료기기 벤처로는 이례적인 대규모 공급계약 체결, 국내 의료기기 제도 개선, 코스닥 상장 절차 돌입까지 올해 호재가 잇따르며, 성장의 도약대를 마련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14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레메디 서울 사무소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원자력공학 석·박사를 마치고 30년 넘게 한우물을 판 결과가 레메디의 원천 기술력”이라며 “그간 이를 기반해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고, 올해 그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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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대규모 공급계약이 증명한다. 기존 캐쉬카우(현금창출원)는 치과진단용 포터블(휴대용) X-ray ‘레멕스-T100’은 물론 지난해 선보인 의료 진단용 포터블 X-ray ‘레멕스-KA6’까지 말 그대로 ‘대박’을 치고 있다.
레메디는 최근 미국 나스닥 상장 의료기기업체와 1500억원 규모의 ‘소형 엑스레이 솔루션’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4년간 공급계약이다. 이 계약의 핵심제품이 레멕스-KA6다. 인도 시장도 진출도 앞두고 있다. 레멕스-KA6 1만 6000대를 4년간 공급하는 건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500억원 규모다.
그의 말처럼 이 같은 공급계약 성사의 가장 큰 공은 레메디의 원천 기술력이다. 레메디의 핵심 경쟁력은 초소형 엑스(X)선 튜브다. 엑스선 튜브는 엑스선을 직접 발생시키는 핵심 부품이다. 경쟁사 대비 경량화하면서 방사선 피폭량은 줄이고 성능은 높인 게 특징이다. 이를 비롯해 발전기 역할을 하는 ‘초소형 제너레이터’ 등 포터블 X-ray를 제작하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초소형 엑스선 튜브 시장 규모은 지난해 기준 28억 9000만 달러(약 4조원)로 추정된다.
국내 의료기기 관련 규제 개선도 레메디의 성장에 한몫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2022년 제3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서면으로 개최하고, ‘포터블 방사선 촬영장치 활용 의료서비스’의 임시허가를 승인했다. 재난지역, 사회적 약자, 응급상황 등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접근성 확대와 시장성장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 대표는 “기존에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의료기관 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이동검진차량 또는 도서지역으로 한정돼 있었다”며 “국민 건강 증진 등으로 고려해 우리가 규제 개선을 건의했고, 당국이 받아드려 반갑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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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호재 덕분에 강원 춘천의 레메디 공장은 완전가동 상태다. 레메디는 밀려드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연말까지 춘천 내 신규 공장을 확보, 생산량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기존의 공장으로는 공급을 맞추기 어렵다”며 “일부 차질이 생겨 공장 증설이 늦어졌으나, 연내까지 마무리된다면 공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인건비와 R&D 등 기본 지출을 고려하면, 80억원 정도가 손익분기점이 된다”며 “규모의 경제 확립과 부품 공급 확대 등으로 수익성도 크게 올라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레메디는 코스닥 상장을 이뤄낸다는 목표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 심사 중이다. 총 762만 5791주를 상장한다. 미래에셋증권이 대표 주간사를 맡았다.
이 대표는 “투자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최근 3년간 140억원을 유치할 정도로 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기술력과 수익성, 시장성까지 확보한 만큼 좋은 평가를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레메디의 최대주주(지난 3월 말 기준)는 이 대표(46.10%)다. 이밖에도 주요 주주로 인터밸류2호혁신창업투자조합(5.28%), 인터밸류고급기술인력창업1호조합(4.75%), LG전자(4.59%), 주식회사 다원시스(1.74%), 케이비증권(1.33%), 나녹스(1.05%) 등이 있다. 레메디의 장외주식 주가는 1만 8000원, 시가총액 1150억 원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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