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제넨셀이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가운데는 처음으로 기술수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화이자 팍스로비드와 머크 라게브리오 등 글로벌 기업들의 치료제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코로나 치료제가 해외 시장에서 러브콜을 받은 만큼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26일 제넨셀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오르디파마와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ES16001’ 판권 이전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제넨셀은 중동 및 터키 지역에서의 ‘ES16001’ 개발 및 제조와 상업화 등에 대한 판권을 부여하는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하기로 오르디파마 측과 합의했다. 현재 선급금 및 경상기술료(로열티), 수출 방식 등을 협의 중이다.
제넨셀 측은 오는 5월 중순 UAE를 방문해 본 계약을 체결하고 기술수출 방식과 규모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20일 오르다파마 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 체결은 기술수출 계약 체결 전 진행하는 것으로 보통 MOU 단계에서 본계약까지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5월 중순 본계약을 체결키로 했다”고 말했다. ‘ES16001’은 국내 자생 식물 담팔수 잎에서 추출한 신소재 기반의 신약후보물질이다. 오르디파마는 터키 상위제약사인 DEM파마슈티컬즈 계열사다.
제넨셀은 오르디파마와 기술수출 본계약 체결시 중동 지역과 터키 지역에 코로나 치료제 ‘ES16001’을 공급하게 된다. 이들 지역에는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 등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해 상용화 한 코로나 치료제들이 이미 공급되고 있다. 그런데도 오르디파마가 제넨셀 코로나 치료제를 주목한 이유는 우수한 효능과 함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넨셀은 팍스로비드나 라게브리오보다 싼 가격을 책정해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제넨셀 관계자는 “기존 코로나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나 라게브리오는 높은 약값에 대한 논란이 있다. 우리는 전략적으로 이들 치료제보다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했다”며 “팍스로비드 가격의 약 25% 수준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오르디파마가 관심을 보였다. 원료 원가가 다른 치료제 대비 저렴하고, 낮은 가격에도 충분한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팍스로비드가 입원 위험을 낮춰주지만, 가격 투명성 부족 등 때문에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처방받는데 제약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따라서 동남아 등 저개발 국가에서는 코로나 치료제 효능은 물론 가격 경쟁력이 시장을 좌우할 것이란 게 업계 설명이다.
제넨셀 코로나 치료제 ‘ES16001’은 동남아 등 저개발국가들의 관심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이 부족하지만 유엔 등 국제기구가 주관하는 조달시장을 통해 코로나 치료제를 도입하려는 국가들이 효능은 우수하고 가격은 저렴한 제넨셀 치료제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넨셀 관계자는 “UAE 제약사 말고도 동남아 지역 제약사들이 판권 도입과 관련해 여러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ES16001’은 지난해 10월 식약처로부터 국내 임상 2/3상을 승인받아 진행 중인데, 올해 8월 말 정도에 마무리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는 2020년 12월 아유르베다(Ayurveda) 의약품 임상 2a상을 완료했는데, 이를 근거로 터키에서 허가 신청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유르베다는 천연물 기반 의약품에 대해 별도 승인하는 제도로, 임상 후 허가를 획득하면 일반 의약품과 동일하게 시판된다. 터키는 아유르베다 임상을 완료한 의약품에 대해 추가 임상없이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
제넨셀 관계자는 “기술수출 본계약이 체결되면 터키에서 아유르베다 천연물 트랙으로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고, 수출방식은 국내 제조 파트너사인 한국파마에서 완제 형태로 생산해 공급하거나 제조기술 이전 후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중동지역은 현지 임상을 거쳐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받을 계획이다. 중동 임상은 국내 임상 결과를 인정받아 임상 3상 정도만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