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학은 철학으로부터 시작된 반면 서양의학은 과학을 기반으로 하고있다. 과학이라고 주장하려면 반드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서양의학을 근거중심의 의학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연구되고 발표된 논문들을 근거로 의학적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 지침도 연구 결과에 따라 계속 바뀌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서양의학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의 하나로 알려진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이 있다. 임신 초기에 입덧을 완화하기 위해 판매되었던 약인데 1957년부터 1962년 까지 판매 되었고 당시 임산부와 수유부에게 안전하며 부작용 없이 복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시기에 10,000명 이상의 아기가 사지가 없거나 짧아지는 현상 혹은 손과 발이 이상하게 형성되는 신체 이상을 가지고 태어났다. 역학 조사를 통해 탈리도마이드 약이 이 증상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 이후 새로운 약이 출시되기 전에 엄격한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는 동물 실험 및 고도로 규제된 인체 실험의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요구되었다.
근거중심의학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레벨의 1단계에 해당하는 실험은 무작위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이다. 예를 들어 한 질병에 대해 수술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을 때 이 중 어떤 수술이 좋은 것인지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비교 실험을 해야하는데 환자가 어떤 수술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환자의 동의를 받아 무작위로 배정하여 수술을 진행한 후 비교한 결과가 가장 신빙성이 있는 결과라고 판단되는 것이다.
코비드-19로 인해 자신과 가족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의 건강기능식품의 시장의 규모가 연간 5조원을 넘어섰다. 조사 결과 10가구 중 8가구 이상이 1년에 한 번 이상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한다고 한다. 최근 건강기능식품의 품질이 우수해 진 것은 사실이나 효능이나 효과가 근거중심으로 확립된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건강기능식품을 누구나 먹기만 하면 저절로 더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개인의 특정 조건에 따른 부족한 것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확하고 잘못된 정보는 아플 때 치료를 받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의료에 대한 장벽이 될 수 있다. 건강에 대해서 만큼은 주변의 사람들의 말을 듣기 보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이 바로 근거중심의학으로 가는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