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많은 美증시, '서학개미' 공부·인내는 필수죠”

[돈이 보이는 창]
데이비드 리 테일러투자자문 CIO 인터뷰
유튜버 '미국형님'으로 투자자와 소통
"22년 美증시, 저속이어도 우상향 전망"
"디지털 전환시대, 재무적 성과 쫓아야"
"쿠팡은 선례, 美상장 도전 이어지길"
  • 등록 2021-11-07 오전 12:00:00

    수정 2021-11-07 오후 9:26:05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손님으로 넘쳐나는 한국 스타벅스를 보고 (현지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이 같은 접근 방식으로) 미국에 상장한 스타벅스에 투자하는 이가 있다면 말리고 싶다. 훨씬 큰 시장인 미국에선 스타벅스가 포화 상태다. 하지만 미국 증시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미국 주식 시장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인 만큼, 그만큼 더 많이 공부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투자하길 바란다.”

데이비드 리 테일러투자자문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해외 직접 투자에 뛰어드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이처럼 조언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리 CIO는 1997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샌프란시스코 주립대를 졸업한 후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를 거쳐 2017년부터 테일러투자자문그룹에 몸 담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구독자 4만명의 인기 유튜버이기도 하다.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리 CIO는 “한국이 선진 금융시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보다 더 신뢰가 강화된 사회가 형성돼야 한다”면서 “투자자들이 좀 더 기다려준다면 주식 시장은 기업을 성장시키고 선진 자본시장을 뒷받침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상향 조정되겠지만, 정상화 과정”

리 CIO는 내년 미국 증시에 대해 올해와 같은 고속 성장은 기대할 수 없지만 성장 자체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상은 시점과 폭에 있어 이견은 있을 수 있으나 인상 자체는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장기화 되고 있는 공급망 대란, 지속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등이 배경이었다.

그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이는 정상화의 과정”이라면서 “이자율이 오르면 통상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성장주에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종목에 따라 부채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잘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5.2%로,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 6.0% 보다는 0.8%포인트 낮다. 리 CIO는 “금리 인상을 시장이 완만하게 받아들이고, 정치적 리스크가 없다면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미중 갈등 심화,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 등 미국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리스크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리 CIO는 “일시적인 변동성으로 시장 전반이 동반 하락하거나, 호실적임에도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을 때 등 저가 매수 기회를 위해 현금은 어느 정도 보유해야 한다”고 권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성장주 일색 서학개미…“파생 쏠림 안타까워”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종목 보관규모 상위는 테슬라(137억5537만 달러), 애플(42억1684만 달러), 알파벳(21억4659만), 아마존(20만8913만 달러), 엔비디아(19억5191만 달러) 등 성장주가 차지하고 있다. 리 CIO는 “미국 증시에는 이들 보다 안전하고 더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는 종목들이 훨씬 많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나스닥 지수 급락시에 나스닥100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ProShares UltraPro QQQ(TQQQ)와 같은 3배 레버리지 상품 쏠림 현상에 대해 “보상이 크다는 것은 리스크도 크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메타버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진행되는 요즘이다. 증시에서도 해당 테마와 관련된 종목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CIO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등 변수가 너무 많아 예측하기 힘들다”면서 “새로운 기술력이 재무적 성과를 뜻하는 것이 아니기에 실제로 고객들이 지갑을 여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 격언으로 잠언 13장 11절 ‘공으로 얻은 재산은 날아가지만 애써 모은 재산은 불어난다’을 제시했다. 그는 “일부 한국 투자자들은 기업이 아닌 주가에 투자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에 대한 개념이 없고 단기간에 빠른 결론을 내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투자를 육아에 비유했다. 갓난아이에게 성인과 같은 태도를 기대할 수 없듯, 처음부터 높은 수익률을 바라는 것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성장성 뛰어난 美증시, 제2의 쿠팡 기대”

물론 이 CIO도 물리적, 문화적, 언어적 차이 등 국내 투자자들이 느끼는 미국 주식 직접 투자의 고충을 이해했다. 그러면서 미국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20년 동안 기관 투자자로서 미국 증시를 분석한 그는 △기축 통화인 달러와 경제 대국이란 배경으로 인한 상대적으로 낮은 불확실성 △풍부한 원자재와 탄탄한 내수 △개인연금 제도 등으로 개인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주식 시장 △제약·바이오와 빅테크 섹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술력 등을 미국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미국 증시를 ‘안전한 투자처’(safe heaven)라고 표현하면서 “이처럼 매력적인 미국 주식 시장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청년 창업가들이 적극적으로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에 도전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올해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을 예로 들었다. 이 CIO는 “쿠팡은 성장주이나 성장성이 아직 안 보인다는 점에서 (주가 회복은) 시간이 걸리겠으나 한국 기업의 미국 상장이라는 선례를 남겼다”면서 “성실하고 똑똑한 한국 창업가들이라면 지난해 실리콘밸리의 신데렐라로 떠오르는 줌(Zoom)과 같은 기업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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