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이 3일 오후 중구의 한 식당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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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여야 차기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이른바 ‘식사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식사정치’는 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비공개 오찬이나 만찬회동을 갖고 주요 정치현안을 논의하는 것에서 유래됐다. 과거 3김 시절에는 63빌딩이나 서울 시내 특급 호텔의 유명 식당이 식사정치의 주무대였지만 최근에는 서울 시내 식당이 선호된다. 이는 청탁금지법 확산의 여파로 호텔 고급식당의 경우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식사정치의 최대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곳은 ‘달개비’다. 서울시청 맞은편 덕수궁과 성공회 대성당 사이에 위치한 ‘달개비’는 정관계를 비롯한 저명인사들이 애용한다. 지하 1층부터 지하 2층까지 모든 방이 격실구조로 설치돼 편안안 대화가 장점이고 코로나19 방역에도 유리하다.
특히 ‘달개비’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무소속이었던 안철수 대선후보가 단독회동을 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회동을 마친 두 후보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 맞서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러한 상징성 탓인지 이후 민주당 계열 정당 정치인들의 사랑방으로 활용됐다. 최근에는 정권교체를 꿈꾸는 야권인사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국민의힘 입당 여부로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원장이 최근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과 각각 만난 곳 역시 ‘달개비’였다.
식사정치의 최대 장점은 바로 ‘보안’이다. 정치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여의도의 경우 회동 사실이 삽시간에 소문난다. 여야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언론의 관심을 따돌리고 식사정치에 나서는 건 비밀회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도 대통령직인수위 당선자 시절에는 인사발탁이나 여론수렴, 정책구상 등을 위해 식사정치를 애용했다. 배석자 없는 단독회동일 경우 대화 내용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은 것도 장점이었다.
달개비 이외에도 서울 종로·인사동·삼청동 인근 식당도 유력 정치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국민의힘 합류 없이 제3지대에서 중도층 공략에 공을 들이는 윤 전 총장은 식사정치에 가장 적극적인 인사다. 지난 2일 원희룡 제주지사(서울 인사동 ‘향연’)를 시작으로 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서울 종로 중식당 ‘중심(中心)’), 8일 김영환 전 의원(서울 삼청동 인근 ‘편안한집’)을 각각 만났다. ‘이재명 경기지사 저격수’로 유명한 김 전 의원은 회동 이후 윤 전 총장의 대선캠프에 합류하기도 했다. 대권도전을 시사해온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역시 16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서울시내 모처에서 비공개 조찬회동을 가지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식사정치는 외국에서는 사례를 찾기 힘든,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정치문화”라면서 “밥 한 끼를 함께 하며 허심탄회한 대화로 정치적 유대감과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선지형의 유동성이 커질수록 유력 정치인들의 식사정치도 보다 잦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