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겸의 일본in]"꼰대 집합소"…日 20대가 클럽하우스 떠나는 이유

일본서 클럽하우스 순위 한 달만에 1위→20위
"자의식 과잉·허풍쟁이들 집합소라는 인식"
초대장 받아 가입 자체가 목적…이후에 흥미↓
  • 등록 2021-03-29 오전 12:00:00

    수정 2021-03-29 오전 12:00:00

지난달 일본에서 클럽하우스의 폐쇄성을 비꼬는 의미로 출시한 앱 ‘크랩하우스’. 현재는 ‘크랩홈’으로 이름을 바꿨다. 클럽하우스와 이름이 비슷해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iOS 지적을 받아들인 것(사진=재팬투데이)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인싸 SNS’로 주목받은 클럽하우스를 떠나는 일본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갑자기 태풍처럼 상륙했다(겐다이 비즈니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 2월 일본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지난달 8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 사이에 57만건 넘게 다운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다음 주 23만건, 그 다음 주 7만건으로 주춤했다. 일본 애플 앱스토어 랭킹도 지난달 1위에서 한 달 만에 20위로 밀려났다.

지난 27일 ‘신 오타쿠 경제’·‘Z세대 젊은이들은 왜 인스타·틱톡에 빠지는가’의 저자, 하라다 요헤이(原田曜平)가 도쿄대·와세다대·게이오대 등지의 대학생 11명에게 클럽하우스를 쓰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이들은 왜 클럽하우스를 떠날까.

클럽하우스에서 꼰대들의 훈수를 들었다는 경험담이 잇따른다. 어린 시절 유학을 갔다가 일본으로 돌아온 게이오대 2학년 타카스기 마유카는 “귀국자녀들의 대화방에서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해외와 국내 중 어느 곳에서 기르고 싶은가’를 주제로 얘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40대 정도의 여성에게 설교를 들은 적이 있다”며 “일본을 바꾸는 건 귀국자녀들이니 모두 정치인이 되라는 내용이었는데,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릿쿄대에 재학 중인 다른 학생도 “대화방에서 얘기하는에 아저씨가 들어와 갑자기 일장연설을 늘어놨다”고 거들었다. 그는 “‘이 사람 뭐지? 젊은이에게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고 싶은 건가?’라고 생각했다”며 “왠지 무서웠다”고 했다.

훈수가 싫어 클럽하우스를 떠난다는 일본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이미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선 클럽하우스가 ‘꼰대 집합소’로 인식된다고 한다. 이른바 ‘의식이 높은(意識高い) 계열’의 모임이다. 의식이 높다는 표현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주위에 과시하는 걸 좋아하며 가진 것에 비해 허풍이 심한 사람을 비꼬는 의미로 쓰인다.

오비린대 2학년 스즈키 카논은 “클럽하우스를 하는 건 의식이 높은 계열과 어른 뿐이라는 인상”이라고 했다. 와세다대 2학년 야오이 코우타로도 “평소에 만날 수 없는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재밌지만 의식 높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보통의 대학생들은 쓰기 어려운 것 같다”고 동의했다.

초대장을 받고 클럽하우스에 가입하는 게 전부라는 평가도 있다. 한 게이오대 1학년 학생은 “대화방에 들어간 시점이 골인 느낌이 든다”며 “처음에는 모두가 그걸 향해 달아올랐지만 지금은 이미 많은 사람이 가입해 희소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애초 클럽하우스가 인기를 끈 건 “왕따가 되기는 싫다는 일본인의 의식을 교묘히 자극했기 때문(니혼게이자이)”이었지만, 그마저도 이제 수명을 다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플랫폼에 열광한 젊은이들이 초대장을 받아 가입한 이후에는 급격히 흥미를 잃은 모습이다.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를 굳이 들어야 하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친구들과 대화하기에는 클럽하우스를 쓰는 게 번거롭다는 지적도 있다. 주제를 정하고 대화방을 만들어 일정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귀찮다는 것이다. 이미 클럽하우스를 대체할 소통 창구는 많아 보인다. “화제가 되는 주제라면 책을 읽으면 되고,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좋아하는 기업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싶다면 트위터로 충분하다”는 시니컬한 반응도 있다

식어버린 인기를 회복하려는 듯 클럽하우스는 기존 전략 수정에 나섰다. 초대장을 없애고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해 가입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폴 데이비슨 클럽하우스 창업자는 타운홀 미팅에서 “클럽하우스를 개방하는 건 중요하다”며 “모든 사람이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만 뒤처질 수 있다’는 심리를 자극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클럽하우스는 과연 ‘잘난 체하는 사람만 남았다’는 비아냥과 함께 떠나간 젊은이들을 붙잡을 수 있을까.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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