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곤 대표는 지난 2000년 파수닷컴을 설립했다. 영화, 음반, 게임, 캐릭터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쏟아지던 시기였지만 무단 복제를 막을 뾰족한 수단이 없던 시절이었다. 잘 다니던 삼성SDS 기술연구소를 박차고 나와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기술을 국내에서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음원이나 동영상을 돈 내고 봐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지 못했던 시기다. 디지털 콘텐츠를 거래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5년 동안 파수닷컴(150900)은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내에서 인정받은 기술력 앞세워 미국 진출
2005년 제일기획 연예인 X파일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업 내 일반 문서에 대한 보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파수닷컴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파수닷컴은 삼성그룹을 비롯해 포스코, CJ, 동부, 롯데 등 대기업을 잇달아 고객사로 확보했다. 정부 부처를 비롯한 공공기관도 보안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다. 중앙 부처와 산하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고객이 늘면서 전체 매출의 30%가량은 공공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해외 진출을 위한 파수닷컴의 오랜 노력은 올 들어 꽃을 피울 것으로 보인다. 파수닷컴 미국 현지법인은 올해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전히 콧대 높은 미국 소프트웨어 시장이지만 파수닷컴의 높은 기술력이 기업내 보안 담당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미국에서 성공하면 다른 국가로 진출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워지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흑자 전환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2년간 개발한 신제품 잇달아 공개…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로 도약
조 대표는 “빅데이터에 포함된 개인정보가 유출될 걱정을 하지 않고 활용도 높은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며 “빅데이터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 위치와 관계없이 보안은 물론이고 동기화를 지원하는 디지털 문서 플랫폼 ‘랩소디 3.0’도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담았다. 랩소디는 문서식별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문서가 어디에 있든 편리하게 문서를 공유하고 관리할 수 있다. 다양한 구성원이 공동으로 문서 작업을 할 때 수정본을 서로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주고받지 않아도 자동으로 업데이트를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서버에는 수정 전 문서를 고스란히 저장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는 이전 문서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동시 편집 모드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정보의 파편화를 방지하는 기능이 있어 이메일, 메신저 등으로 공유하는 관련 정보까지 문서와 통합해준다.
조 대표는 “디지털 문서를 활용하는 모든 기업과 공공 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문서 관리 플랫폼으로 개발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레퍼런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지금까지 보안을 잘하려면 생산성을 일부 희생하거나 생산성을 높이려면 보안을 포기해야 했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처음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보안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수닷컴의 모든 소프트웨어는 자체 개발한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해 사용자 행동을 기반으로 생산성과 보안을 함께 높일 방안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조규곤 파수닷컴 대표는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던 1992년 미국 럿거스대에서 컴퓨터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삼성SDS 기술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오픈솔루션센터장을 역임했다. 1999년 10월 삼성SDS 사내벤처로 시작해서 2000년 6월에 분사해 파수닷컴을 설립했다. 이지수 파수닷컴 전무를 비롯해 삼성SDS에서 근무한 직원들이 조 대표와 함께했다. 한국DRM협회(KODIA)와 한국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KISIA) 회장을 맡아 활동하며 국내 보안 산업 발전에도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