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를 찾아라'..불경기 속 간판 바꾸는 기업

STX팬오션·동양생명, 부정적인 모그룹과 '거리두기'
제일모직·한라건설, 기업체질 바꾸고 '미래로'
  • 등록 2013-12-23 오전 12:16:36

    수정 2013-12-23 오전 12:16:36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불경기 속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기업들이 간판을 바꿔달고 있다.

STX팬오션(028670)동양생명(082640)은 그룹 해체 속에 기존 모체와 거리를 두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미에서 내년 초부터 회사 이름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제일모직은 전자·신소재사업 육성 방침에 따라 사명 변경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건설경기 한파 속에 한라건설도 이름을 최근 ‘한라’로 변경하고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15일 업계 따르면 동양그룹의 해체 속에 ‘동양’ 계열사에서 완전히 벗어난 동양생명은 내년 3월 주주총회 때 사명을 변경하기 위한 사전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양생명보험을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동양’의 계열회사에서 제외했다. 동양생명측은 “동양사태 이후 지속돼 온 고객의 우려를 해소하고, 회사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이번 계열분리를 생명보험 전문회사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모멘텀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동양그룹과의 관계 문제로 불발된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는 한편 내·외부 설문과 컨설팅 등을 통해 사명변경 및 CI교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STX팬오션(028670)(옛 범양상선)도 STX그룹에 인수된지 9년만에 사명에서 ‘STX’를 떼고 다시 ‘범양(팬오션·pan ocean)’으로 돌아간다. 이미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사명을 ‘팬오션’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출하고 내년초 사명 변경과 함께 새로운 기업 통합이미지(CI)도 공개할 방침이다.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로 ‘STX’ 브랜드에 생긴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시도다. 현재 최대주주인 산업은행도 매각을 위해 ‘STX’를 떼는 게 낫다고 판단해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1966년 범양전용선으로 출발한 STX팬오션은 1984년 범양상선으로 사명을 바꿨다. 1993년 법정관리에 들어가 2002년 졸업했으며 2004년 STX그룹으로 인수되면서 현재의 사명을 갖게 됐다.

STX에너지도 ㈜GS-LG상사 컨소시엄이 조만간 인수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주인으로 들어오면 사명을 변경해야 할 처지다. STX에너지는 STX영양풍력 및 STX솔라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이들도 그룹 해체 속에 ‘STX’의 흔적을 거둬낼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001300)은 이달부터 패션사업부문을 에버랜드로 양도하면서 생긴 사명과 사업간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사명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새 이름으로는 ‘삼성케미칼’이 유력시 되고 있다. 해외사업장에서는 이미 삼성케미칼(Samsung Chemical)을 사용한다. 2001년 세운 미국 현지법인의 사명이 삼성케미칼USA이며, 삼성케미칼 유럽, 삼성케미칼 타일랜드 등 화학소재 관련 해외 자회사는 삼성케미칼OO 형식으로 통일했다. 또 주요 화학 제품은 삼성케미칼 스타렉스, 삼성케미칼 인피노, 삼성케미칼 스타론 등 각종 ABS 수지, 내외장재 등은 삼성케미칼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지난 1990년대말 사명변경을 검토했지만 삼성그룹의 모태인 제일모직의 상징성과 직원들의 애착 등을 감안해 사명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제일모직의 ‘모직’ 사업이 완전히 없어졌고, 이번에 섬유·패션사업부를 완전히 분리했다. 60년 만에 전자 및 정밀소재 분야로 사업의 체질을 완전히 탈바꿈하는 만큼 현재 사명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지난 10월 한라건설은 창립 33주년을 계기로 사명을 (주)한라로 바꿨다. 1980년 현대양행의 자원개발부에서 독립해 만든 한라는 1990년 한라자원에서 한라건설로 사명을 변경한지 약 23년만에 간판을 바꾼 것이다. 한라그룹의 모기업으로 위상을 재정립하고 ‘건설’의 한계를 벗어나 사업 영역을 다각화 하겠다는 의도다.

한라는 일반 토목 건축 분야 뿐 아니라 환경·에너지·발전·산업플랜트·IT(정보통신)·자원개

발을 비롯해 무역·물류 등 신규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

최근엔 ‘신세대 한라 기업문화혁신 캠페인’을 추진하는 등 소통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신세대 한라’로 이미지 변신까지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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