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오기로 버텨온 벤처투자, '미다스의 손'이 되다

장병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네오위즈·첫눈 창업
국내 스타트업 전문 벤처투자사 설립
  • 등록 2013-10-10 오전 12:08:33

    수정 2013-10-10 오전 12:08:33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사무실은 역삼동 차병원 사거리에 있는 2층 단독주택이다. 사각형 빌딩 안에 있는 여느 사무실과 달리 정원도 있어 날씨 좋을 때는 바베큐 파티도 할 수 있다.

장병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는 “사무실을 이곳에 잡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빌딩 사무실보다는 주택은 사람냄새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하는 사람들은 직장인들과 다른 삶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러한 시각을 가지려고 주택을 선택했다고 한다. 선릉역 근처에 있었던 전 사무실도 주택이었다.

장 대표는 지난 1996년 나성균 네오위즈홀딩스 대표와 네오위즈를 공동 창업한 뒤 상장시키고, 2005년 검색엔진업체 첫눈을 만들어 네이버에 매각한 성공한 벤처인이다. 2006년 장 대표는 개인적으로 벤처투자를 해오다가 2010년 4월 국내 최초로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를 설립했다. 2007년에는 온라인게임 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 설립을 주도했다. 지금까지 ‘실패’와는 거리가 먼 그는 투자하는 곳마다 성공한다는 벤처투자계의 ‘미다스’로 불리며 멘토역할을 하고 있다.

장병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가 국내 벤처 생태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대욱 기자]
“나는 운이 좋은 사람”

장 대표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한 적은 없다고 한다.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그는 네오위즈를 창업한 후 주당 100시간을 일해오고 있다. 법정 근로시간 40시간보다 두 배가 더 많은 시간이다. 취미생활도 따로 없다. 그에게는 일이 전부다.

그는 “스타트업의 좋은 점은 자신의 삶에 일을 온전히 투영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자기가 하는 일이 자기의 삶과 맞닿아 있느냐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고민하지만, 돈이 아니라 좋아서 일을 하는 나는 행복한 편”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일이 좋더라도 그는 왜 위험이 큰 스타트업에 몸 담고 투자를 하는 걸까. 장 대표는 일종의 자존심 때문에 엔젤 투자를 지속하게 됐다고 말한다. 스타트업은 100개가 있다면 99개가 실패한다.

장 대표는 “처음 엔젤투자를 한다고 주위에 말했을 때 사람들은 창업자로는 당신이 성공했을지 몰라도 엔젤 투자는 다르다고 조언했다”면서 “그 말처럼 처음에는 투자에 모두 실패했고 오기가 생겨 공부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자존심이 성공으로 이어진 걸까. 본엔젤스는 위험이 큰 스타트업에서 승률이 좋다. 윙버스, 미투데이, 엔써즈, 매드스마트, 씽크리얼즈에 투자해 매각에 성공했고, 스터디맥스, 우아한형제들, 북잼 등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창업 경험있는 투자사..실질적인 조언을 해준다

본엔젤스는 투자 결정을 장 대표, 강석흔 이사, 송인애 이사 세 명이 한다. 이들 중 장 대표와 강 이사는 실제로 창업 경험이 있다. 다른 벤처캐피탈과 달리 본엔젤스만이 가진 강점이다. 장 대표는 “스타트업 투자나 인큐베이션을 잘 하려면 직접 창업해 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창업을 하면 온갖 일들을 겪게 된다. 이때 장 대표와 강 이사의 노하우가 빛을 발한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최근 본엔젤스로부터 투자를 받은 회사가 경찰서에서 내용증명을 받았다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창업을 하면서 이러한 경우를 많이 경험했던 장 대표는 별일 아니라고 안심 시켰다. 장 대표는 “저도 창업을 하지 않았다면 큰일 난 줄 알고 로펌에 연락했을 것”이라며 “창업 초기에는 이러한 소소한 이슈에 대한 해결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본엔젤스가 투자를 할 때 가장 중시여기는 것은 ‘좋은 팀’이다. 좋은 팀이란 좋은 스펙을 가진 구성원들이 아니다. 장 대표는 “우리가 말하는 좋은 팀이란 실패마저도 함께 할 수 있는 팀”이라며 “스타트업 팀에서 회사 설립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이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어야 하며, 해당 사업을 하는 데 있어 필요한 핵심 인력들이 공동창업자들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에 사람은 들어오고 나갈 수 있지만, 핵심 인력들이 자주 바뀌면 사업에 대한 비전과 생각도 변하기 때문이다.

장병규 대표가 본엔젤스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투자업계 선도하는 본엔젤스..민간펀드 ‘페이스메이커펀드’ 조성

본엔젤스는 국내에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가 자리 잡기 전에 생겼다. 20억~30억 원 이상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은 많이 있었지만, 리스크가 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곳은 전무하다시피했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스타트업 투자에 성공가능성이 보이자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홍보나 법률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에게 사업 이외의 부수적인 부분을 관리해주는 것도 본엔젤스가 먼저 했다.

최근 본엔젤스는 벤처업계에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국내 최초로 민간펀드 ‘페이스메이커펀드’를 약 200억 원 규모로 조성한 것이다. 이 펀드는 김정주 NXC 대표, 이재웅 소풍 대표, 김상범 넥슨 창업자, 이택경 다음(035720) 창업자, 권도균 이니시스(035600) 창업자, 류중희 올라웍스 창업자 등의 선배 벤처인과 네이버(035420), 미디어윌 등 민간기업이 출자해 조성했다.

장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빗대어 이 펀드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역사가 40~50년이 됐는데, 이곳에 처음 자금을 댄 곳이 국방부 등 미국 정부였다”며 “그 후 대기업들의 연구개발(R&D) 자금이 들어오다가 지금은 성공한 벤처인, VC 등 자금 처가 다양해졌다”고 했다.

국내 벤처 역사는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정부 자금이 아닌 민간 자금만으로 2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는 것은 국내에도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 대표는 “정부 주도형의 모태펀드가 잘되고 있지만 민간 주도의 펀드도 누군가가 이끌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욱 발전되는 과정 중에서 자연스러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 업계을 이끄는 장 대표는 또 다른 바람이 있다. 본엔젤스의 투자성과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국내에서도 스타트업 투자가 돈을 버는 수단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는 “벤처 투자가 부동산 투자나 채권·주식 투자처럼 기업이 되든 연금이 되든 자금 운용처의 포트폴리오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며 “그래야 벤처업계에 좀 더 많은 자금이 들어오고, 그만큼 벤처업계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이러한 환경이 만들어지려면 본엔젤스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장 대표는 “본엔젤스가 꾸준히 성과를 내 트랙레코드를 잘 쌓아서 벤처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병규 대표는…

1973년생으로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나성균 네오위즈홀딩스 대표와 공동창업을 해 2006년까지 이사회 멤버로 몸 담았다. 2005년에는 검색엔진업체 첫눈을 창업해 네이버에 매각했다. 2007년에는 온라인게임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를 창업해 현재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 중이다.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를 설립해 투자한 업체들에 재무적 투자뿐 아니라 멘토 역할도 자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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