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21일자 22면에 게재됐습니다. |
[상하이=이데일리 윤도진 특파원]
시선(詩仙)으로 일컬어지는 이백(李白)은 강에 비친 달을 보고 물에 뛰어들어 생을 마쳤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달을 동경했다. 시간은 흘렀지만 후세의 중국인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중국인들의 열망은 세계 세 번째로 유인 우주도킹에 성공할 정도로 중국을 우주 강국으로 우뚝 세웠다. 경제 성장의 힘으로 90년대 `우주공정`에 박차를 가한 지 20년만의 일이다.
중국은 2015년까지 화성을 탐사하고, 2020년에는 독자적인 우주 정거장을 운영하며, 2030년엔 달에 사람을 보낸다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주춤한 사이 우주 최강국을 노리고 있는 중국의 관련 인물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일주일 넘게 중국의 시선을 온통 사로잡고 있는 여인이 있다. 지난 16일 쏘아 올려진 선저우 9호에 탑승한 중국 최초의 여자 우주인 류양(劉洋·34·
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중국 대중들은 유인 우주도킹이니 우주정거장 내 과학실험이니 하는 복잡한 얘기들보다 우주로 간 류양이 뭘 먹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는 모습이다.
| ▲ 사진=신화/뉴시스 |
|
몇 주 전엔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그는 우주인 최종 선발로 인해 단숨에 대륙의 스타가 됐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는 류양을 언급한 게시물이 290만개를 넘는다. 함께 선저우 9호에 탑승한 남자 우주인 징하이펑(景海鵬)과 류왕(劉旺)이 각각 23만여개인 것과는 비교도 안 된다.
우주선 탑승 전 중국중앙텔레비전(CCTV)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외부인 누구도 내가 우주인으로 선발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 부모님들조차 내가 줄곧 베이징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국이 `첫 여성 우주인`이라는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공식 발표 때까지 그를 철저히 숨겼기 때문이다.
그는 2010년 우주인으로 선발된 뒤 주취안(酒泉) 위성발사센터에서 훈련을 시작하고 나서 2년여 동안 단 한 번도 외부에 나가보지 못했다고 한다. 주말도 휴식도 없는 훈련이었다. 비행경력이 10년으로 동승한 베테랑들에 비해 적은 훈련량을 단기간에 따라잡기 위해서였다.
성격이 냉정하고 침착해 우주 조종사로 적격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조종사 시절 비행기가 겨우 지면으로부터 10m 이륙한 상황에서 새떼와 부딪히는 위험한 경험이 있었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안전하게 비행기를 착륙시켰다고 군사전문지 해방군보(解放軍報)는 소개했다. 또 발바닥 물집을 잘라내가며 150㎞행군을 소화해낼 정도로 정신력과 체력도 강인한 데다 고등학교 때까지 1등을 놓지지 않을 정도로 두뇌도 우수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까지 각광을 받는 것은 지도부의 전략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보시라이 사태` 등 정치권 혼란 속에 지도부 교체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화주의`를 고취시킬 히로인이 필요했고 여성 우주인을 통해 그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