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는 10일 윤홍덕 의과대학 의과학과·생화학교실 교수팀이 암억제자 `p53`을 조절하는 새로운 후성유전학적 매커니즘을 규명, 향후 신개념의 암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개척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대다수 암 발생 과정에 관여하는 암억제자 `p53`의 활성조절 매커니즘을 연구했다. 그 결과 DNA 손상 복구를 총지휘하는 불활성화된 `p53`이 손상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유전자 주변 크로마틴 상에 미리 준비돼 있고, 그 과정에서 `캐빈1 (Cabin1)`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을 밝혀냈다. 크로마틴은 DNA가 단백질에 실처럼 감겨있는 복합체를 말한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저널인 `네이처 구조분자생물학지(Nature Structural & Molecular Biology)` 10일자에 게재된다.
암억제자 `p53`은 DNA 손상 복구를 총지휘하는 단백질이다. 대부분의 암세포에서는 그 기능이 저하돼 있다. `p53`은 현존하는 유전자 중에서 암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평상시 크로마틴 상에서 `p53`의 조절 매커니즘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다.
윤 교수 팀은 이번 `캐빈1` 단백질 기능에 대한 심화연구 과정에서 `캐빈1` 유전자 발현이 감소된 생쥐 배아줄기세포와 암세포를 이용, `캐빈1`이 크로마틴 상에서 `p53` 활성 억제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캐빈1`이 `p53` 활성 억제 기능을 갖는 이유는 `캐빈1`이 p53의 타겟 유전자 프로모터 위에 p53과 같이 결합해 주변 크로마틴 구조를 유전자 발현에 부적합하게 바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로모터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DNA의 위치를 말한다.
윤홍덕 교수는 "이번 연구는 크로마틴 상에서 `p53`의 후성유전학적 조절 매커니즘을 규명한 것으로, 논문 심사자들로부터 종양억제와 관련된 p53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항암제 개발 과정에서 새로운 후성유전학적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