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일본의 집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작은 것을 선호하는 일본인들의 취향도 많은 영향을 준 듯 싶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대다수 중산층이 방 2칸에 20평이 채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살고 있고 20평형대 아파트에 살면 대단한 부자로 여긴다고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도 집이 부와 명예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풍토가 남아있다. 자동차와 집이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신분증인 셈이다.
◇ 경제적 형편에 맞는 집 골라라
여기에는 국민들의 주거사이클이 작용한 탓도 크다.
보통 결혼 전 미혼자녀는 부모와 동거하거나 원룸에서 생활하다가 결혼을 하면서 집을 마련하게 된다. 이때는 전세를 살더라도 20평형대 아파트에 살기를 원한다. 그러다가 자녀들이 둘 이상으로 늘어나면 방 3개 이상, 부모를 모신다면 4개 이상의 방이 딸린 30평형대의 아파트를 찾게 된다.
이처럼 자녀에 따라 주택규모가 좌우되는 주거사이클이 나타나면서 점점 더 큰 평형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또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집의 규모를 줄여서 이사 가는 것은 쉽지가 않다.
주거사이클이 빠르게 변하는 동시에 유연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단절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특히 계층간 소득 차이로 인해 거주 주택의 격차를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로 서울에서는 독신자용 7.5평형 아파트에 3세대가 같이 사는가 하면 70~80평형대 아파트에 단 두 식구가 살기도 하는 등 극단적인 모습도 보인다.
이제는 검소하고 차분하게 내 집을 골라야 한다. 무조건 큰 집보다는 경제적 사정에 맞는 집을 선택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 강한 것이 아름답다
이제 강한 것이 아름다운 세상이 됐다.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약하면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다. `강한` 부동산이어야 한다.
강한 부동산이란 한마디로 개성이 있는 부동산이다. 금융 위기시대의 부동산 고르기에는 언제 구입할 것인가보다 어떤 개성이 있는 부동산을 구입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개성이란 재료나 특징과 통하는 말이다. 아파트를 생각해 보자. 교통, 환경, 편익시설, 단지규모, 재건축, 조망, 경관, 소음, 가격, 일조권, 프라이버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주차공간, 용적률, 시공회사 등 입지조건, 시기별로도 재료는 차이가 난다. 상대적으로 선택 순위도 달라진다.
사람들이 잘 따지지 않는 쪽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먼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을 따져야 한다. 아파트 가격이 같다면 전세가격이 높은 아파트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전세가격 비율이 45% 이상돼야 한다. 현재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많이 낮아져 있어 40~43%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이 아닌 수도권아파트는 전세가격 비율이 25%이하인 곳도 적지 않다.
전세가격은 현금회수율로 전세가격만큼 아파트 가격에서 현금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전세가격 비율이 높으면 교통이 좋고 시장도 가까우며 새 건물일 가능성이 높다.
용적률도 고려 대상이다. 똑같은 땅에 건물을 많이 지었다면 감점요인이다. 아파트가 낮고 동 간격이 넓으며 주차공간과 녹지공간이 넓은 쾌적한 아파트를 고르는 것이 요령이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아파트 고르기는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아파트를 고르며, 용적률이 낮은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파트 가격이나 시공회사, 교통. 환경여건, 단지규모. 분위기를 살피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