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불법근절로 인터넷의 `윈윈정신`을 살리자

  • 등록 2006-11-14 오전 10:00:00

    수정 2006-11-14 오전 9:02:33

[iMBC 하동근 대표] 최근 들어 ‘웹2.0이다’ ‘ucc다’ 해가면서 마치 대단한 발명이나 한 것처럼, 또 인터넷업계에 새로운 혁명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호들갑이 요란하다. 그리고 이를 기화로 실제 새로운 비즈니스를 일으켜 매스컴의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른바 ucc(user created contents)를 베이스로 한 모델이다.

방송사의 인터넷 사업을 담당하는 iMBC(052220), KBSi, SBSi 등 3사는 지난달 말, 이들 신규 서비스 업체까지 포함해서 국내 주요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에게 불법 행위를 묵인 조장하거나 방치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일반에게는 마치 새삼스러운 일인 것처럼 보이는 이와 같은 공문은 사실은 이미 여러 해 동안 수없이 계속 되어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내용증명이라는 법적 형식을 거쳤고, 방송i3사가 공동명의를 사용했으며, 공문발송 즉시 전체 언론사에 이 내용을 공개했다.

만일 불법행위가 계속되면 소송까지도 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흥정은 붙이고 소송은 말리라는데, 같은 인터넷 업계에서 오죽하면 이와 같이 내용증명을 보내고, ‘언론 공개다’, ‘소송이다’ 하면서 떠들썩 하게 일을 추진했겠는가? 이에 대해 업체들은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불법이 있을 경우 즉시 삭제하는 등 이미 해오던 방식대로 조치는 하겠지만, 100% 완벽한 차단은 어렵다고 호소한다. 인터넷의 특성상 24시간 올라오고 삭제되는 그 수많은 콘텐트를 다 검사하고 차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얼핏 이해도 되고 납득이 가는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업체들의 이런 이야기들이 얼마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인가 알 수 있다. 어떤 업체도 불법 자료를 삭제하는 모니터링 인력과 그 운용방법, 그렇게 해서 삭제 또는 제외되는 자료들의 분량 등에 대해서 상세히 공개한 적이 없다. 또한 이를 차단하기 위한 기술의 개발에 대해서도 검토했거나 예산을 편성한 적이 없다. 심지어는 버젓이 인기검색어로 <주몽 다시보기>가 올라오는데도 이런 단어를 차단하기는커녕 추천 검색어로 소개하기조차 한다.

방송사는 불법 콘텐트를 차단하기 위해서 매월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콘텐트저작권을 감시하는 업체에게 용역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일부 업체들은 불법 콘텐트에 대한 신고를 하려면, 그 콘텐트의 저작권자임을 증명할 서류와 함께 불법 사실이 명시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서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만 접수할 수 있도록 해서, 사실상 행정상의 절차장벽을 쌓아두고 있다. 말로는 불법을 막겠다고 하지만, 불법을 막을 테니, 불법과 관련된 내용을 스스로 조사하고 자신들의 양식에 맞춰 자료를 제출하라는 식이다.

이번 공문을 보내면서 다소 걱정했던 네티즌들조차 오히려 상당수 저작권 권리보호가 옳다는 태도를 보이는데 대해서도 다행이라 여긴다. 이미 네티즌들은 음악과 영화 등을 유료로 사용하면서 콘텐트에 대한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iMBC에서만 하더라도 500원짜리 드라마 한 회분을 보기 위해 기꺼이 결제절차의 불편을 감수하는 이용자들이 수도 없이 많다. 이 분들의 수고로 작가와 출연진들, 제작사와 또 수많은 유료 콘텐트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회사들이 사업의 비전을 갖고 투자도 하고 열정을 불태우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스템, 네트워크, 솔루션 등 많은 인터넷 업체들이 수익을 만들어가는 터전이 되는 것이다.

업체들 가운데도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해서 불법자료를 막고 있는 회사가 있다. 이런 회사들의 경우 오히려 이번 조치를 매우 반긴다고 들었다. 불법 자료를 철저히 막고 있는 회사는 네티즌들의 발길이 뜸해지는 반면, 불법자료를 묵인해주거나 조장하는 업체들은 오히려 사업이 번창해지는 모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게임의 룰이 불공평하게 적용되는 시장에서는 발전이 아니라 퇴행이 일어날 뿐이다.

한국의 인터넷 기업들은 이제 한국사회에서 경제시장에서나, 미디어 시장에서 상당한 위치로까지 성장했다. 또 초창기 인터넷 성장 초기단계에서 볼 수 있었던 아무런 제재도 없는 불법 콘텐트를 미끼로 ‘아무나 와라! 묻지마 가입’ 식의 회원 확보 전략이 이제는 쉽게 통하지도 않고 또 네티즌 역시 인터넷은 무조건 공짜라는 인식도 버린 지 오래된 성숙한 상황에 와있다.

인터넷 기업들도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을 생각 할 때가 되었다. 지금까지 성장위주의 경영정책 때문에 소홀히 해온 부분이 있다면, 또 여전히 과거 회원 확보 방식으로 새로운 인터넷 기업을 만들어 보겠다는 인터넷기업 경영자가 있다면 생각을 달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머리 속은 구태를 벗어나지 않고 있으면서 겉만 새 옷을 입는다고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자칫하면 자신의 사이트가 'user created contents'가 아니라 'user copied contents'로 가득 메워진 'B급 사이트'로 전락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네트워크다. 네트워크는 서로 손을 잡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방송i3사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서로 윈윈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터넷의 초기 불법적인 관행과 작은 욕심으로 현재와 같은 불법시장을 계속 끌고 가고자 한다면 관련 업체뿐만 아니라, 그 피해가 네티즌과 국가에 돌아간다. 이번만큼은 천편일률적인 불법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회피성 답변이 아니라 구체적인 근절 방안과 노력이 뒤따르길 기대해 본다.


하동근 대표
<약력>
81년 외대 영어과 졸업
90년 동경특파원
2000년 보도국 국제부장
2001년 보도제작부장
2003년 ㈜iMBC 대표이사 사장(현)
㈜ iMBC
2000년 3월 회사 설립
2002년 2월 벤처기업 등록
2003년 4월 방송콘텐츠 유료화
2005년 1월 코스닥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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