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적으로 기억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어난 실수였다는 해석도 있었고, 부시 가문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내 탓’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었다.
부시 대통령이 표현을 좀 바꾸기는 했지만, 의미를 크게 왜곡한 건 아니다. ‘두 번 속으면 내 탓’이라는 말은 같은 사람을 두 번 속이기가 그 만큼 힘들다는 뜻을 담고 있다.
‘두 번은 절대 속지 않는다’는 말은 좀 표현이 강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같은 뜻이 아닌가 싶다.
경제학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일부 사람들을 때때로 속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모든 사람들을 항상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이 별 효과가 없음을 설명할 때 이 말이 종종 등장한다.
경기부양책은 경제주체가 이를 인지하지 못할 때 효과가 있다. 하지만 경기부양책을 쓰면서 사람들이 이를 깨닫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경기부양책은 효과가 떨어진다는 말.
미국 일리노이 주의 비어즈타운이라는 곳에 사는 할머니들이 80년대 초반 투자클럽을 결성했다고 한다. 투자클럽은 미국식 계 모임으로, 비어즈타운의 할머니들은 곗돈을 모아 주식에 투자했다고 한다.
할머니들의 주식투자는 엄청나게 성공적이어서 83년부터 93년까지 연간 23.4%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한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의 대표지수인 S&P 500의 수익률은 14%였다. 이 쯤 되면 워린 버핏에 버금가는 ‘투자의 귀재’라 할 수 있다.
비어즈타운의 할머니들은 자신들의 투자비법을 담은 다섯 권의 책을 펴냈고, 이 책들은 당연히 베스트셀러가 됐다. 자신들의 투자비법을 소개하는 강연회도 정기적으로 개최했고, 이래저래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23.4%라는 숫자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건 아니다. 투자클럽에 곗돈을 더할 때마다 이를 마치 투자수익인양 계산을 한 것이다. ‘인위적 실수’였던 셈이다.
할머니들은 비록 수익률 계산은 틀렸지만 자신들의 투자비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이 ‘투자의 바보’였다기 보다는 ‘사기의 귀재’였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살다보면 속고 속이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지구상에 사는 50억의 사람들이 평생 한 번만 큰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해마다 1억에 가까운 큰 거짓말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1억에 가까운 거짓말 중 적어도 한 두 개는 정말 그럴듯하지 않겠는가? 너무 그럴듯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을 속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적어도 확률적으로 보면 그렇다.
그런데 한 번 속이는 건 그렇다쳐도 두 번 속이는 건 정말 힘들 것 같다. 한 번 속이다 덜미가 잡힌 사람에게는 다시 속임수를 쓸 기회가 잘 안 주어지기 때문이다. 누가 투자수익률을 조작한 비어즈타운 할머니들에게 다시 출판기회와 강연기회를 주겠는가?
이렇게 보면 과학논문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제럴드 새튼 미 피츠버그대 교수가 교수직 상실 위기에 처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