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인디애나존스라는 별명을 가진, <상품시장에 투자하라(Hot Commodities)>의 저자 짐 로저스(63세)의 프로필이다. 이쯤되면 저자의 독특한 이력에 호기심이 발동해서라도 책 내용이 궁금해진다.
흔히 '상품'이라고 하면 훌륭한 일을 해서 상을 받을 때 덤으로 주는 값진 물건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상품에 대한 무지는 월스트리트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저자인 짐 로저스 역시 책의 상당부분을 상품시장이란 어떤 것이며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상품시장에 대해 무관심하고 무지했던가를 설명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상품시장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고정관념들을 모아 한 챕터(Chapter)를 꾸렸고 상품시장에서 오가는 용어들을 설명하는 데도 많은 공을 기울였다. 그만큼 예비 지식이 없이도 쉽게 읽힌다는 뜻이다.
그러나 짐 로저스의 <상품시장에 투자하라>는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비교적 논리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원유 매장량이 수십 억 배럴에 달하는 '엘리펀트' 유전은 최근 35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단 한 곳 발견됐을 뿐이다. 매장량이 무궁무진해 보이는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의 경우도 정치적 혼돈으로 석유 생산량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70년대 석유파동을 새까맣게 잊고 저유가 시대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은 기름 먹는 하마인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너도나도 몰고 다니고, 완벽한 냉난방을 즐기고 있다. 게다가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중국은 석유를 포함한 온갖 원자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짐 로저스는 <상품시장에 투자하라>보다 먼저 내놓은 <월가의 전설 세계를 가다>라는 자신의 여행기에서도 상품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었다. 한국시장의 여건상 이 책을 읽고 당장 커피 선물이나 원유 선물을 사러 거래소로 달려갈 수는 없겠지만 상품시장이 지나온 수십 년간의 역사를 돌아보고, 현재의 펀더멘털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분석해서 상품시장의 현주소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투자 마인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는 충분해 보인다.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매력은 시장에 전지전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투로 이야기 하는 이른바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틀려왔으며 지금도 얼마나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정확히 짚어준다는 뜻이다. 현란한 용어와 복잡한 수치를 들이대며 투자자들의 혼을 빼놓는 '전문가들' 역시 똑같이 흥분하고 똑같이 실수하는 군중들의 일부일 뿐이라는 점은 이 책의 저자인 짐 로저스와 취재현장에서 많은 전문가들을 만나온 기자의 느낌이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이다. (짐 로저스 지음 / 박정태 옮김 / 굿모닝북스 /336쪽 1만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