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edaily 김윤경기자] "역사 진보의 구체적인 과정은 예측하지 못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결국 갈 곳으로 간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독일 분단 및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을 방문한 소회이다.
노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와 11일 오전(한국시간 11일 오후)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의 안내로 브란덴부르크문을 방문했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오후 볼프강 티어제 연방 하원의장을 면담한 자리에선 간단하지만 깊이있는 소회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조금 모순된 것 같은데 두 가지 생각이 났다. 하나는 독일의 본격적인 통일을 한달 전에도 아무도 예측을 못했다는 것, 또 하나는 독일의 통일은 이미 20년전부터 예측됐다는 생각이었다"면서 "역사의 진보는 구체적인 과정은 예측하지 못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궁극적으론 갈 곳으로 간다는 것을 보여주는게 아니냐"고 말했다고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이 전했다.
티어제 의장은 이에 대해 "맞는 말이다. 따로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다"며 "독일의 통일은 역사적으로 행운이었다는 것, 또 통일에는 큰 비용이 들었는데 분단을 계속했더라면 분단의 비용이 더 컸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분단 상태인 남북한의 통일에 대한 강력한 염원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특히 독일 방문중 최근까지 발언의 중심 화제였던 대일관계보다는 남북 관계에 초점을 두고 발언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티어제 의장과의 면담에서 당초 독일 통일 및 통합과정, 행정도시 이전 등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을 계획이었으나 오히려 티어제 의장이 한국에 대한 많은 지식을 토대로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 오히려 답변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티어제 의장은 북한의 전망에 대해서도 질문했고 노 대통령은 "중국이나 베트남의 사례처럼 정권을 계속 유지하면서 개편하고 있는 사례가 보여지는데 북한도 궁극적으론 이런 방향으로 나가길 기대한다"며 "우리나라는 경제특구라든지 개성공단이라든지 이런 경제지원, 협력을 통해 북한이 산업화되고 시장경제를 경험해서 개방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독일 의회가 한반도 평화 등에 많은 관심 갖고 의미있는 결의안을 통과한 바 있는 점에 감사를 표시했다.
또 "남북한 관계, 북핵문제 등 어려움이 있지만 궁극적으론 잘 해결될 것이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으며 우리 국민들이 높은 지지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의지와 상황판단 역량을 대통령으로서 신뢰하고 이런 것이 우리가 미래를 낙관하는 가장 큰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티어제 의장의 행정도시 이전에 대한 질문에 대해 현재의 진행상황을 소상히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질문에 답하느라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는 점에 대해 우스개로 "하원 의장이 동독 출신인데 통독과정 경험 등을 들어보려고 왔는데 많이 질문하니.."라고 말했고 티어제 의장은 "그걸 얘기하려면 몇 시간은 걸릴텐데.."라며 웃었다고 정 보좌관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