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태호기자]
삼성전자(005930) 등 아시아 기업들이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슬림형TV 시장을 거머쥐고 있는 가운데, 미국 컴퓨터업체들이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 아시아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BW) 온라인판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삼성전자,
LG전자(066570), 마쓰시타, 샤프, 파이오니어 등 아시아 기업들은 지난 2004년 평면 패널 생산에 35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또 이같은 TV 제조업체들의 공격적인 생산에 발맞춰 유리, 반도체 등 관련 부품업체 역시 설비 가동률을 크게 높여왔다.
그러나 TV 제조업체들의 투자 확대와 공급업체들의 증가는 패널 가격을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그리고 이 같은 가격 하락은 결국 델, 휴렛패커드(HP) 등 의외의 미국 경쟁업체들에 시장의 문을 열어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델과 HP 등 북미 업체들은 아시아 공급업체로부터 평면 패널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고급 TV를 생산하고 있다. 잡지는 이들 업체가 그동안 PC, 프린터 등을 생산하기 위해 활용해온 혁신적인 공급 체계를 그대로 이용함으로써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위크는 비록 미국이 대형 평면 패널을 대량으로 생산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TV 산업은 분명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델의 게리 스미스 싱가포르 법인 부회장은 델이 TV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것이며 "올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델의 유례없는 저비용 공급체계와 직접 판매 방식은 경쟁업체들에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델은 지난해 가을 고화질(HD) 42인치 플라스마 TV를 대당 3000달러에 판매했다. 같은 시기 소니 등 다른 업체들이 비슷한 모델을 4000달러 이상에 판매한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델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시장 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수개월 후 델이 플라스마 TV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TV 제조업체들은 곧바로 제품 가격을 인하하면서 이에 맞섰다. 그러나 델의 가격 인하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델이 PC 업체라는 점도 TV 시장에서 성공적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델의 존 햄린 미 소비자영업부문 부회장은 "평면 TV 시장은 PC 시장과 같이 기술이 규격화 되고 가격이 싸지면서 범용화(commoditization)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 분야에서 매우 뛰어나다"고 자평했다.
또 다른 미국 컴퓨터업체 HP도 평면 TV 공급망을 가동할 작정이다. HP는 지난 1월 라스베가스 가전제품 전시회에서 수개의 플라스마와 LCD TV 제품을 발표했다. HP의 쉐인 로빈슨 최고기술책임자(CTO)는 HP가 저가 모델들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생산 규모가 문제지 투자여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업체들의 가격 인하 정책 외에 TV를 보는 패턴의 변화도 경쟁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휴대폰, 휴대용 게임기, 인터넷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보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모여 하나의 TV 스크린을 응시하는 시간이 그만큼 제한돼 있다는 의미다.
삼성, 소니, 샤프 등 아시아 TV 업체들이 과연 미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인하와 TV를 보는 패턴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견뎌낼 수 있을까? 잡지는 일부 아시아의 챔피언들은 분명 순환적 하락 경기 때 큰 피해를 입을 것이며 미국의 후발 업체들이 그들의 수익 일부를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