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조용만기자] 6.5 재보권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하면서 향후 정치권 판도 및 국정 주요현안 처리에서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가피하며 재보선후로 예정된 총리지명과 파병 등에서도 여권주도의 일사분란한 처리는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야당은 이번 재보선 승리를 통해 4.15 총선 패배를 극복하고, 당내 결속과 향후 정치적 논의에서 주도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을 큰 수확으로 꼽을 수 있다.
◇우리당 참패..후폭풍 거셀 듯
탄핵 후폭풍에 힘입어 4.15 총선에서 과반이상의 의석을 확보, 국회권력을 16년만에 `여대야소`로 재편한 열린우리당은 이번 재보선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전패함으로써 오히려 후폭풍을 맞게 됐다. 처음에는 해볼만 하다고 여겼던 부산시장과 경남지사는 개표결과 큰 표차로 한나라당에 밀림으로써 당과 대통령이 기대하던 영남 입성을 이번에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여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제주도 밀렸고 텃밭인 전남은 민주당에 내줬다.
4.15 총선에서 무산됐던 전국정당의 기대를 이번 재보선에서 다시 내밀었지만 지역민심을 얻지는 못했다. 경남지사를 3번 연임한 김혁규 의원을 총리로 밀었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당청간의 갈등으로 비화됐고 `영남특위` 논란도 호남소외론을 자극하는 등 부작용을 낳았다. 열린우리당의 동진(東進)은 다시 지역의 벽에 막혔고, 대통령의 정치적 목표인 지역주의 구도 극복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재보선 패배가 4.15 총선의 압승과 대비되면서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신기남 의장 등 현 지도부의 책임론이 제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기 전당대회를 열자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총리지명과 당청관계 정립, 파병문제 등에서 불거진 열린우리당 초·재선들의 독자노선, 정동영·김근태 입각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정파갈등 등 봉합됐던 당 내부문제가 재보선 참패와 지도부 인책 과정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총리지명, 강행이냐 재검토냐
당초 8일쯤으로 예상돼온 김혁규 의원의 총리지명 문제도 이번 재보선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노심`을 배경으로 한 강행에 무게가 실렸지만 재보선 패배를 계기로 재검토 주장이 힘을 얻을 공산이 크다. 이번 선거결과, 특히 부산·경남에서 나타난 열린우리당의 부진한 지지율이 `지명 불가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당선자들과의 만찬에서 밝힌 원칙적 언급처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자`는 의견이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총선결과와 무관하게 대통령이 김혁규 카드를 밀어부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 당내 부정적 의견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이다. 재보선으로 야당의 반대목소리가 커지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총리지명은 개각과 곧바로 이어지고, 개각은 참여정부 2기 국정운영 구상의 실천과 연결돼 있다.
예상보다 참담한 이번 재보선 결과를 탄핵후 국정일선에 복귀한 대통령의 행보와 연결지으려는 시도도 충분히 예상된다. 탄핵후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치중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성장과 분배, 보수와 진보, 위기조장 세력 언급 등이 편가르기로 비춰지면서 국민들 마음에 다가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은 재보선 전날인 4일 재보선 공천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는데 내가 심판을 받는다는 것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에 대해서는 당청 불간섭 및 분리원칙을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입당이후 명실상부한 여당으로서 치러진 첫 선거에서 참패함으로써 참여정부 2기를 맞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 `위상` 제고..민주 `재기` 발판
4·15 총선에서의 패배로 정국 주도권을 빼앗겼던 야권은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도약의 발판을 확보했다. 총선에 이어 이번 재보선을 선전으로 이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내달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재신임이 확실시된다.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미약한 당내 지지기반 때문에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역량을 의심받아온 박근혜 대표의 당내 입지도 더욱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나타난 텃밭 및 보수세력의 지지를 기반으로 17대 국회 개원후 견제세력으로서 보다 확실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과 여당에게는 그만큼 부담이다.
총선에서 지리멸렬했던 민주당은 전통적 텃밭인 전남에서 광역단체장을 배출함으로써 정치적 고사위기를 벗어나 재기의 발판을 확보했다. 당 안팎에서 제기돼온 합당론이 고개를 숙이고, 당분간 한화갑 대표 체제하에서 독자세력화 내지는 캐스팅 보트의 역할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