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경탑기자] 18일 마감된 KT주식청약에 KT와 경쟁업체인 SK텔레콤이 마감 직전 전격적으로 KT주식 5%를 청약했다. SK텔레콤이 뒤늦게 청약한 5%는 전략적투자자에 대한 배정분과 같은 규모로, 앞서 KT 청약분을 미리 공개했던 LG 등 다른 대기업들의 주식배정분이 신청물량의 71%수준으로 줄게됐다.
특히 유력한 KT의 새주인으로 거론됐던 삼성의 경우 금융계열사를 통해 공모에 참여해 전략적투자자 물량배정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됐다.
◇정부-업계, "SKT 비신사적 행동에 질린다"
당사자인 정보통신부와 KT 및 참여사들이 일제히 SK텔레콤의 돌출적 행위는 상도의를 무시하고 시장을 기만한 비신사적 행위의 극치라며 일제히 비난했다.
정통부는 당초 삼성, LG, SK 등 소위 빅3가 EB를 포함 5% 이하의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민영화정책을 시행해 왔다. 서로간의 견제와 균형이 가능한 황금분할을 통해 KT의 소유와 경영을 확실하게 분리한다는 취지였다.
정통부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그동안 계속해서 입찰에 대한 부정적 정보를 흘리며 다른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렸다"며 "SK텔레콤의 비신사적 행동에 질렸다"고 말했다.
민원기 통신업무과장은 "민영화이후 KT의 지배구조와 관련, 수개의 주주가 5%이하로 KT지분을 균형적 소유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내주초 이뤄질 SK의 EB청약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을 통해 흘려나온 SKT의 부정적 입찰태도와 정부외압 의혹 제기에 고민했던 KT 민영화 담당자로서 SKT의 이번 행동에 배신감을 느낄 정도. 하지만 그는 SKT가 EB에서 최소 물량을 신청해 KT지분 5%를 초과 소유해가는 일만은 없기를 한번 더 기대하는 눈치였다.
KT 고위관계자는 SK의 이번 돌출행동을 화투판에서 남의 패를 다 읽어본 후 베팅하는 카드놀이에 비유했다.
이 관계자는 "신의를 전제하고 삼성과 LG가 투자계획을 미리 발표한 이상, 삼성을 원천배제시키는 등 SK의 이번 행동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이번 딜이 사는 쪽이 주도하는 바이어스 마켓이라 하더라도 SK의 이번 행위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KT관계자는 "SK의 이번 행동은 철저한 위장과 속임수에서 나온 것으로 소유지분의 균형적 배분이라는 정부 정책에 정면 충돌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있는 대기업으로서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저지른 SK텔레콤이 자사의 1대주주가 되더라도 자사 또한 SKT 주식(9.3%)을 갖고 있어 대항력은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SKT에 대한 견제에 나설 뜻을 시사한 것이다.
◇KT노조, 총파업 경고..EB배정권 박탈 요구도
그동안 삼성 참여를 견제해온 KT노조는 SK의 속임수에 당혹감을 넘어 분노를 표시할 정도. 노조 관계자는 "통신업계 문제아인 SKT가 또다시 문제를 일으켰다"며 "내주초 SK의 EB청약여부에 따라 곧바로 총파업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의 KT독점을 저지하기 위해 선전전을 해왔는데 SKT라는 전혀 의외의 기업을 대상으로 파업투쟁을 전개하게 됐다"고 허탈해했다.
KT입찰에 참여한 중견업계 한 관계자는 "SKT의 부정직한 입찰 태도때문에 우리가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싶지 않았다"며 "정부가 SK의 이같은 비신사적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SK의 EB우선배정권 박탈을 주장하기도 했다.
◇SKT 깜짝쇼, 삼성 따돌리기가 목적
그러면 SK텔레콤은 왜 KT주식청약에 전략적투자자 최대한도인 5%를 써냈을까? 이는 이번 KT민영화과정에서 삼성을 따돌리기 위한 전략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SK텔레콤은 KT민영화 시작부터 삼성그룹의 KT참여여부에 대해 어느 그룹보다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통신장비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있는 삼성쪽으로 KT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향후 통신사업에서 심각한 위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전날 삼성이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를 통해서만 EB포함 3%를 매입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이후에도 SK텔레콤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금융계열사와 별도로 3%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며 삼성의 공식발표를 신뢰하지 않는 듯했다. 거짓말쟁이 눈에는 모두가 거짓말쟁이로만 보였던 것이다.
또한 입찰 마감 직전 금융계열사 등 기관투자가가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할 경우 주식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지의 여부를 재점검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는 삼성이 KT의 1대주주가 될 경우 삼성이 통신제조와 서비스사업을 유기적으로 결합,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어 그동안 선발사업자로서 힘들이지 않고 쌓아온 가입자 1위 자리를 KTF에게 내줘야 할 상황을 우려한 탓으로 풀이된다.
뿐만아니라 주요 통신장비를 삼성전자로부터 구매하는 과정에서 신규사업 등 주요 사업전략이 KTF쪽으로 그대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KT 민영화를 원하는 정부 정책에 호응한다는 대외 명분을 앞세워 시장과 관련 업계를 기만하면서까지 경쟁사를 따돌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아무리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한 전략이라도 업계의 신뢰를 저버리고 시장을 적극적으로 속인 비신사적 행위는 용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재계내 反SK 구도 형성 계기될 수도
이에 따라 SK는 깜짝쇼로 인한 후유증도 적지 않게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이 KT지분확보에 원천 배제되고, LG전자의 경우 사외이사 추천권마저 받지 못하게 하는 등 정부가 당초 기대했던 황금분할구도를 앞장서 깬데 대한 비난 여론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에 대한 제재 여론도 부담이될 전망이다.
나아가 재계내 반(反)SK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높다. 과거부터 SK는 돌출적 행동으로 삼성, LG 등으로부터 "신뢰하기 어려운 기업"으로 낙인찍혀왔다. 한때 손길승 회장의 전경련 회장 추대움직임에 삼성그룹이 적극 반대한 점, 손길승 회장이 주도하는 전경련 활동에 삼성, LG등이 비협조를 보이고 있는 점등이 이와 무관치 않다.
이번 비신사적 행동은 이같은 SK에 대한 단순한 부정적 인식이 재계차원의 "반SK 구도"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