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도 미국 기술주에 대한 전망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UBS워버그도 중립 정도로 평가했다. 그러나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한 이유는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기업들의 정보기술(IT)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깨졌기 때문. 미국 기술주 주가는 IT 투자 규모, 업종 사이클, IT 트렌드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IT 투자 전망
모건 스탠리 딘 위터는 최근 미국의 IT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서베이한 결과, 미국 기업의 기술 예산이 2001년에 8%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는 2000년의 12%와 비교하면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특히 16%는 2001년에 예산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린치도 최근에 IT 투자를 늘릴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의 숫자가 한달 전의 78%에서 56%로 급락했다고 발표했다.
UCLA 앤더스 비즈니스 스쿨은 미국 기업의 총 설비투자 규모가 앞으로 2년간 4.6%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1991년 이후 연 평균 9.3%씩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줄어든 것이다. 특히 전체 설비투자 중 IT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도에 IT 투자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트너 데이터퀘스트의 애널리스트인 마틴 레이놀즈는 IT 지출이 줄어들 경우, 썬 마이크로시스템스, 오러클, 휴렛 패커드 등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IT 지출 증가세 감소에도 불구하고 각광을 받을 분야는 있다. 모건 스탠리는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마켓플레이스 소프트웨어, e-커머스 소프트웨어를 탑 3 지출 영역으로 꼽았다. 메릴린치는 네트워크 인프라스트럭처 공급업체인 썬 마이크로시스템스, 브로케이드 커뮤니케이션스 시스템스와 스토리지 메이커인 EMC, 독립적 스토리지 상품 메이커인 네트워크 어플라이언스 등이 계속해서 활기찬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블룸버그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는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업체인 베리타스, 인터넷 보안회사인 베리사인, 독립 스토리지 상품 메이커인 네트워크 어플라이언스 등과 시벨 시스템스, 노키아, 팜, 피플 소프트, 주니퍼 네트워크 등이 선정됐다.
◇PC
최근 들어 PC 산업과 관련이 있는 애플 컴퓨터, 컴팩 컴퓨터,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휴렛 패커드 등이 잇따라 PC 산업 매출 부진을 경고했다. 특히 유럽 지역의 매출 부진을 실적 부진 이유로 꼽는 업체가 많았다.
지난 여름에 있었던 ‘PC 산업의 고속 성장 단계는 끝났다’와 ‘끝나지 않았다’는 한가한 논쟁이 발을 붙이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PC 산업의 성장 둔화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데이터퀘스트는 최근 2001년도 미국 PC 매출 전망을 10% 후반부에서 12.8%로 하향 조정했다. 데스크 탑은 11.8%, 노트북은 17%로 전망했다. 전세계 PC 매출은 16.1%로 예상했다. 2000년 초에는 20% 이상의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던 데이터퀘스트였다.
◇반도체
반도체 업종 전망도 밝지 못하다. 지난 11월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올해 반도체 매출이 2050억 달러로 37%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01년에는 성장세가 22%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모건 스탠리 딘 위터의 애널리스트인 마크 에델스톤은 이제는 15~18%로 낮춰 잡아야 할 것이며 경기침체가 일어난다면 더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중 가장 각광을 받을 분야는 플래시 메모리 분야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플래시 메모리 비중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플래시 메모리 분야는 2000년 100% 이상 성장한 뒤 2001년에도 4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신용 칩은 현재 재고과잉 상태라 당분간 전망이 안좋은 상태다. 또한 프로그램 가능한 로직 칩도 마찬가지다. 메모리 칩 분야는 2001년 중반이 되어야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도체 업체들이 2001년에 설비투자 규모를 축소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반도체 장비업체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한 상태다. 최근 투자은행들은 반도체 장비업체에 대한 투자등급과 내년도 실적 전망치를 대거 하향 조정했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 D램 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대해서는 최근 각 증권사들이 2001년도 수익 전망치를 낮췄다. 그러나 메릴린치는 최근 D램 업체 전망에서 중기 매수를 추천했다. 2001년 분기에 이들 업체 주가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ABN 암로는 2001년 하반기에 반도체 업체들이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
통신 네트워킹 장비업체 주가는 기본적으로 통신업체들의 설비투자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RHK는 최근 미국 통신회사들의 광섬유 장비 지출을 290억 달러로 잡았다. 1999년은 130억 달러, 2000년은 210억 달러였다. 따라서 2000년과 비교하면 36% 증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증가세는 62%에서 대폭 낮아졌다. 물론 수혜주는 노텔 네트워크, 시스코 시스템스 등이다. 코르비스, 주니퍼 네트워크, 시에나 등도 대표적인 수혜업체로 꼽히고 있다.
르네상스 캐피털의 애널리스트인 폴 바드는 “연방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고 경제가 반등하기 시작하면 이들 기업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하나 변수는 유럽의 3G 무선통신 네트워크 구축 진척 정도. 통신업체들은 유럽에서만 향후 3~4년간 수천 억 달러를 네트워크 구축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네트워크 구축에 다른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통신업체들이 내년도에 네트워크 구축에 대대적으로 나설 경우, 시스코, 노텔, 노키아, 에릭슨 등 대형 통신장비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인터넷 포탈의 경우, 기본적으로 온라인 광고와 다양한 매출원 확보 여부에 달려있다. 이는 인터넷 사용인구 증가에 따른 트래픽 증가가 수익으로 연결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2001년도 온라인 광고 시장은 그리 밝지 못하다. 이에 따라 야후의 추천등급이 깎이기도 했다.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인 헨리 블로젯은 최근 2001년도 온라인 광고 시장이 15~20%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닷컴 기업의 몰락으로 1분기까지 온라인 광고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광고조사기관인 IAB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최근 조사에서 지난 3분기 인터넷 광고판매가 2분기에 비해 6.5% 감소한 19억 달러에 그쳤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일반인 상대 전자상거래(B2C)는 2001년도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는 수익성. 아마존 같은 경우가 아직까지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같은 우려를 입증한다. 이는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업체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B2C 업체는 벤처 캐피털들이 투자를 꺼리는 탓에 e토이스처럼 현금 고갈 사태에 직면하게 되는 업체들이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
최근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실적이 예상치에 못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PC 매출의 저조 때문이다. PC가 업그레이드 되지 않은 탓에 윈도 2000 수요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모든 소프트웨어 업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와 관련있는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러클과 같은 업체는 20001년에도 역시 고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터넷 시큐리티 소프트웨어와 같은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나 고속 데이터 인증 처리 업체인 레인보우 테크놀로지스 등이 각광받을 후보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