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로 농약 주입”…감귤 쪼아먹은 새 200마리 떼죽음

대부분 직박구리…20여마리는 동박새
피의자, 경찰서 고의성 인정한다 진술
  • 등록 2024-03-28 오후 6:21:12

    수정 2024-03-28 오후 6:21:12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제주의 한 과수원에서 새 수백 마리가 귤 과육을 쪼아 먹고 집단 폐사한 가운데 자치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27일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과수원에서 농약이 든 감귤을 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직박구리와 동박새 등이 집단 폐사한 현장. (사진=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 제공)
제주자치경찰단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과수원에 있는 감귤에 주사기로 농약을 주입해 이를 먹은 직박구리와 동박새 등 200여마리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폐사한 개체 대부분은 직박구리였으며 동박새는 20여마리로 집계됐다고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는 설명했다.

A씨는 고의성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경찰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경찰은 정확한 폐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죽은 개체의 샘플과 현장에 있던 감귤을 수거해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 등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에 따르면 전날 “새들이 무더기로 죽고 있다”는 행인 신고가 협회에 접수됐다. 관계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살아 있는 개체가 없는 상태였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장은 이데일리에 “농약 등으로 인해 새가 집단 폐사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번 사건의 경우) 새가 먹은 흔적이 있는 귤에 누군가 주사기로 농약을 주입하고 나중에 이를 쪼아먹은 직박구리 등이 죽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직박구리나 동박새는 워낙 귤을 좋아하는 종”이라며 “귤 농사 과정에서 조류로 인한 피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에서는 지난해 12월 집단 폐사한 떼까마귀 60여마리 중 일부 개체에서 농약인 카보퓨란이 검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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