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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저승사자로 불리는 엘리자베스(민주당·매사추세츠) 워런 상원의원의 그림자가 월가를 엄습하고 있다. 대표적 금융규제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과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국장에 워런 상원의원의 최측근인 게리 겐슬러(63·사진 위)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과 로힛 초프라(38·아래)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이 나란히 발탁되면서다.
대표적 규제론자들의 등장에 벌써부터 월가에선 “차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넘어 버락 오바마 행정부보다 더 강경한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분명한 신호”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월가에 적만 있는 워런의 측근들이 왔다”
그간 겐슬러는 월가에선 불만·분노의 대상으로 통했다. 골드만삭스에 거의 2년간 몸담았던 말 그대로 ‘월가 출신’임에도, “그에게 친구는 없었고, 오직 적만 있었다”(월가 관계자)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월가 규제강화를 옹호하는 시민단체 ‘베터마켓’의 데니스 켈러 대표는 “그는 매우 예외적인 인물”이라고 했다. FCTC 위원장 시절 당시 업계가 강력히 반대했던 ‘도드-프랭크법’ 추진의 최선봉에 섰던 게 대표적이다.
워런은 겐슬러를 두고 “월가의 위험한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거물들에게 끈질기게 맞섰던 규제론자”라며 “코로나19발(發) 위기에서도 훌륭한 SEC 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 제이 클레이턴 SEC 위원장 하에서 월가가 누려온 지난 4년간의 규제 완화 정책은 곧 뒤집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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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월가 판사들…법적 장애물 직면할 수도
문제는 높아진 법원의 문턱이다. 이미 4년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친(親)기업·월가 판사들을 월가 주변에 법원에 배치해놨다. 이들 금융규제 당국이 월가에 메스를 들이댈 때마다 되레 ‘법적 장애물’에 직면, 체면만 구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미 대형 로펌 시들리 오스틴의 변호사이자, 오바마 행정부 시절 겐슬러와 손발을 맞춰왔던 전 SEC 관계자인 스티븐 코헨은 “겐슬러는 매우 똑똑하고 자신감 있지만, 앞으로 법적인 문제에 자주 엮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은 4년 전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변했다. 적극적인 법 집행과 규칙 결정 과정에서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