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0시 석방되는 박근혜(69) 전 대통령을 축하하기 위해 지지자들이 지난 30일 저녁부터 삼성서울병원 앞에 모여들었다. 석방 시간까지 1시간 30분 정도가 남은 밤10시30분쯤 지지자들은 강추위 속에서도 거리에 하나둘씩 모여 자정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병원 앞 도로는 박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화환들이 줄지어 설치돼 분홍 물결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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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앞 대로를 따라선 29일부터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이 400m 가량 길게 줄지어 이어졌다. 전날까지 약 300여개에 불과했던 화환은 현재 100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각지에서 온 화환에는 “박근혜 대통령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건강하십시오” 등 석방을 축하하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강풍에 화환이 쓰러지자 지지자들이 끈으로 엮어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보수 유튜버들도 거리 곳곳에 자리를 잡고 생방송을 하면서 현재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화환에 적힌 이름들을 한명씩 언급하는 유튜버가 있는가 하면, 서로 방송을 하다 말다툼을 하는 유튜버들도 있었다.
경기 남양주에서 왔다는 60대 여성 이모씨는 “영하 17도에도 탄핵 무료 집회도 하고 매주 토요일마다 했는데 이 정도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더 일찍 오려고 했는데 퇴근하고 오느라 지금 오게 됐다”고 화환을 둘러봤다. 이씨는 “새벽 1시까지도 있을 거다. 차는 끊겼으니 첫차 타고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반 시민들 중에는 화환 행렬에 “이게 돈이 다 얼마야”라며 못마땅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40대 정모씨는 “이런 거 보낼 돈 있으면 어려운 사람이나 도와줘야지”라며 “돈이 어디서 나길래 이렇게 많은 화환을 보내는 건가”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병원 정문과 후문에는 충돌 상황을 대비해 수서경찰서와 기동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단체별로 시간을 겹치지 않게 집회를 신고했다”며 “생각보다 협조적이어서 현장 충돌은 아직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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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날 지지자들의 결집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을 예정이다. 유영하 변호사는 “사면 결정 직후 입장 발표를 한 만큼 오늘 석방 시점 전후로 대통령님 입장발표와 메시지 전달은 따로 없다”고 전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반대하는 집회도 이날 다른 장소에서 진행됐다. 진보단체인 전국민중행동은 30일 저녁 7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징역 22년을 확정받고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다 신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난다. 지난달 22일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후 치료를 받고 있으며 남은 17년3개월형을 면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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