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미국 기술 기업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가이던스를 밑돌 것이란 소식에 국내 반도체 대장주가 출렁였다. 당장 미국 경기는 차치하더라도 반도체 산업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 가입에 대한 우리나라의 실익 역시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1월3일 종가를 1로 잡은 주가비율 추이. (자료=마켓포인트) |
|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전거래일 대비 1.32%(800원) 하락한 6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2거래일 연속 1%대 약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000660)의 경우 1.25%(1200원) 내린 9만5100원에 마감했다. 마찬가지로 2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두 반도체 대장주는 약세를 이어갔다.
수급별로 보면 외국인은 전체 코스피 주식을 연일 순매수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3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섰다. 이날은 2292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SK하이닉스는 144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해당 종목들은 장 시작부터 엔비디아의 실적 가이던스 하회 소식으로 하락 출발했다. 엔비디아는 예비 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게임 부문 매출이 크게 줄어 전체 매출이 6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의 예상치이자 이전 가이던스인 81억 달러를 하회하는 수치로 반도체 산업 수요 둔화 여파로 풀이된다. 이에 엔디비아를 포함한 AMD 등 미국 반도체 기업 주식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10일 신규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가 임박했지만 반도체만큼이나 경기 침체 영향을 받는 스마트폰 수요도 둔화된 상황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수요 급감 속에서 우려되기 시작하는 4분기 서버 수요 하락이 전망되나 일시적 감소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주가 기간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짚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국, 일본, 대만을 포함한 칩4 동맹 가입도 이들 반도체 대형주에는 커다란 정치적 이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 참여에 대해 “경제적인 국익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중국 등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폐쇄적인 모임을 만들 생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에는 불리할 것이란 증권가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중국이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 비중을 고려하면 수혜보다는 손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수출의 74.8%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 시장”이라면서 “칩4의 장기적 목표가 미국내 제조업 역량 강화인 만큼 한국 기업의 경쟁자인 마이크론과 인텔의 생산, 기술 역량 강화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내 삼성전자 시안 낸드 팹과 SK하이닉스 우시 디램 팹 운영에 대한 규제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 8일 기준 54조2895억원으로 1개월 전 57조1834억원 대비 하향 조정됐다. SK하이닉스 역시 12조8170억원으로 같은 기간 14조7714억원 대비 줄었다. 양사 모두 3개월 전부터 영업이익 하향 조정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