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 측은 재판부가 불법촬영물에 피해자 얼굴이 나오지 않은 점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한 점을 꼬집으며 “억장이 무너진다”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박준석 부장판사)는 14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황 씨의 형수 이모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이 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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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상당 기간 범행을 부인하고 수사단계에서 휴대전화를 초기화해 증거 조사를 방해한 만큼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선고가 끝난 뒤 피해 여성 측 이은의 변호사는 재판부가 밝힌 양형 이유를 비판하며 “얼굴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피해자가 안전한가. 피해자는 벼랑 끝에 있다. 나중에 피해자 신분이 노출되면 다시 처벌해줄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징역 3년 선고에 피해자가 덜 불안하거나 충분하다고 생각할까. 그렇지 않다. 피해자는 이제 사는 날 내내 ‘이게 나라는 게 알려지면 어쩌지’라고 생각하면 살아야 한다”며 “대한민국 법원이 디지털 성범죄, 특히 불법촬영·유포에 대해 피해자가 갖는 본질적 두려움과 공포가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현주소”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 유포는 피고인 혼자 했을지 모르지만 황 씨가 몰래, 피해자 의사에 반해 촬영하지 않았다면 애초 유포될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불법촬영자 황 씨와 영상을 유포한 피고인이 함께 2차 가해를 하고 있는데 법정에선 피해자가 2차 가해를 한 사람의 이름조차 말하지 못했다. 이게 오늘 3년 선고의 전제가 됐을 거란 생각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황 씨에게 ‘풀리면 재밌을 것이다’, ‘기대하라’며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그동안 “인터넷 공유기 해킹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이 씨는 지난달 20일 돌연 범행을 인정하는 자필 반성문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선고 전날엔 법원에 2000만 원을 형사 공탁하기도 했다. 형사공탁이란 합의금 명목의 돈을 법원에 대신 맡겨놓는 제도로, 재판부는 양형에 반영할 수 있다. 피해자 측은 감형을 노린 ‘기습 공탁’이라고 반발하며 재판부에 엄벌을 요청했다.
황 씨도 불법촬영 혐의 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8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