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 붙이고 끙끙"…스벅 직원, '리유저블컵' 사태에 폭발

  • 등록 2021-09-30 오후 5:13:52

    수정 2021-09-30 오후 5:18:46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지난 28일 스타벅스가 단 하루 동안 ‘리유저블컵(다회용컵)’을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 가운데, 한 스타벅스 직원이 사측의 무분별한 행사로 인한 불만을 토로했다.

29일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한국은 참 서비스 종사자들에게 각박하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이 게재됐다.

한 스타벅스 매장의 점장직을 맡고 있다고 밝힌 작성자 A씨는 “회사에선 매니저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감축을 시행했다”며 “진급 전형도 TO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뽑지 않아 뜻이 있던 바리스타들은 생활고에 지쳐 회사를 떠났다. 그 친구들이 떠난 자리를 감당하던 기존 매니저 이상급은 몸과 마음의 병을 얻어 회사를 떠났다”면서 가맹점은 늘어나는 데에 비해 인원을 보충하지 않는 스타벅스에 불만을 토로했다.

‘리유저블컵 데이’가 진행된 지난 28일 서울 중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픽업을 기다리고 있는 음료 모습(사진=김보경 기자)
이어 스타벅스의 근무 강도가 높다고 소문이 퍼져 신입 지원자가 절반가량 줄었다고 말하면서 “회사는 무턱대고 일반 벌여놓고 ‘매출 증가가 예상되오니 근무 인원을 충분히 배치 바란다’고 경고한다. 늘릴 사람이 없다. 친구는 왜 이 지옥에 끌고 오냐. 절교당할 일 있느냐”고 따졌다.

또 A씨는 “스타벅스엔 하루도 쉬지 않고 이어지는 이벤트와 매주 쓸데없는 MD들이 출시된다. 리유저블 행사로 스타벅스가 ‘그린 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기업이다’ 말들 많았지만, 그걸 고객보다 더 싫어하는 건 현장의 파트너들(스타벅스 직원을 이르는 명칭)”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시, 출시, 이벤트, 출시 그걸 파트너들은 다 사전에 준비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든 다 해낸다”며 “오늘 행사도 어떻게든 끝낸 파트너들의 총평은 ‘한국의 악바리 근성 내 일은 절대 남한테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지점마다 품절 대란이 일었던 ‘리유저블컵’ 이벤트를 재차 언급하며 “대기 음료 1nn잔, 대기 시간 기본 1시간 이상, 어느 매장은 650잔이었다고 하더라. 오늘 스타벅스 모든 현장직 파트너들은 리유저블 사태를 견뎌내며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드는 고객과 역대 최다 대기 음료 잔수를 보고 울며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책임감 하나로 이 악물고 참고 버텼다. 나는 지금도 온몸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끙끙 앓고 있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도 오지 않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고 호소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또 그는 손님들에게도 직원들의 고충을 헤아려주길 바란다면서 “‘음료가 왜 이리 늦게 나오느냐’, ‘매장이 너무 더럽다’며 불만을 표출하는데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 파트너들은 주문 들어온 음료를 만들어 나가는 게 1순위 업무인데, 청소할 인원은 따로 없고 고객은 쉴 틈 없이 들어오며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느 순간 청결은 뒷순위로 밀려난다”고 인력 부족으로 인해 매장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라 해명했다.

동시에 A씨는 스타벅스의 대표가 바뀐 후 ‘파트너는 스타벅스가 보호해야 할 제일 소중한 자산’이라고 써진 팝업을 제거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하면서 “우리가 아무리 힘들다고 말해도 회사는 우리를 쓰다 버릴 소모품으로 여긴다”고 털어놓았다.

끝으로 그는 고객들에게 사소한 배려를 바란다며 “음료 드리면 같이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해 주고, ‘안녕히 가세요’라고 퇴점 인사를 하면 고개를 끄덕여 주고, 주문 중에 이어폰을 끼고 통화하거나 우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화만 내지 않아도, 우리는 그런 작고 사소한 행동에도 큰 감동을 한다. 조금만 더 유하게 행동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우리는 모두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앞서 28일 스타벅스는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과 세계 커피의 날인 10월 1일을 기념해 하루 동안 객들에게 일회용 컵 대신 ‘리유저블컵’에 음료를 담아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직원들이 다회용 컵에 음료 담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정된 수량과 이벤트 당일에만 받을 수 있다는 소문에 소비자들은 가까운 매장으로 모여들었다. 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 주요 도심의 스타벅스 매장에선 주문이 수십 건이 밀려 있어 1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커피를 받을 수 있는 광경까지 목격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리유저블컵의 본래 취지와 달리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또 무료 증정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중고거래 사이트에 3000~4000원 사이에 거래되면서, 재판매로 이윤을 남기려는 일부 소비자들에 악용돼 파문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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