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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는 11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신촌 캠퍼스 곳곳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1970년생인 한강은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89학번이다.
현수막에는 “자랑스러운 연세인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연세의 가을, 연세의 한강” “연세인 한강, 백양로에 노벨상을 새기다” 등의 문구를 넣었다. 일부 학생들은 현수막을 배경삼아 기념사진을 찍으며 노벨문학상 수상 기쁨을 함께 나눴다.
연세대학교 공식 SNS 계정에서도 축하 물결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연세대학교는 한강이 2017년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에서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윤동주와 나’ 특별강연을 진행했을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해 눈길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연세대학교는 한강이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2년 연세춘추 주관 연세문학상을 받은 시 ‘편지’의 전문도 공개했다. 연세대학교는 “현대사의 비극 속 따뜻한 사랑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라고 소개하면서 “이번 수상을 기념하며 한강 작가의 문학적 여정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는 글을 덧붙였다.
한강은 전날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평화상을 받은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써낸 작가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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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그동안 아픈데 없이 잘 지내셨는지
궁금했습니다
꽃 피고 지는 길
그 길을 떠나
겨울 한번 보내기가 이리 힘들어
때 아닌 삼월 봄눈 퍼붓습니다
겨우내내 지나온 열 끓는 세월
한 평 아랫목의 눈물겨움
잊지 못할 겁니다
누가 감히 말하는 거야 무슨 근거로 이 눈이 멈춘다고 멈추고 만다고··· 천지에, 퍼붓는 이··· 폭설이, 보이지 않아? 휘어져 부러지는 솔가지들,··· 퇴색한 저 암록빛이, 이, 이, 바람가운데, 기댈 벽 하나 없는 가운데, 아아··· 나아갈 길조차 묻혀버린 곳, 이곳 말이야···
그래 지낼 만하신지 아직도 삶은
또아리튼 협곡인지 당신의 노래는
아직도 허물리는 곤두박질인지
당신을 보고난 밤이면 새도록 등이 시려워
가슴 타는 꿈 속에
어둠은 빛이 되고
부셔 눈 못 뜰 빛이 되고
흉몽처럼 눈 멀어 서리치던 새벽
··· ··· ···어째서··· 마지막 희망은 잘리지 않는 건가 지리멸렬한 믿음 지리멸렬한 희망 계속되는 호흡 무기력한, 무기력한 구토와 삶, 오오, 젠장할 삶
악물린 입술
푸른 인광 뿜던 눈에 지금쯤은
달디 단 물들이 고였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한번쯤은
세상 더 산 사람들처럼 마주 보고
웃어보고 싶었습니다.
사랑이었을까··· 잃을 사랑조차 없었던 날들을 지나 여기까지, 눈물도 눈물겨움도 없는 날들 파도와 함께 쓸려가지 못한 목숨, 목숨들 뻘밭에 뒹굴고
당신 없이도 천지에 봄이 왔습니다
눈 그친 이곳에 바람이 붑니다
더운 바람이,
몰아쳐도 이제는 춥지 않은 바람이 분말같은 햇살을 몰고 옵니다
이 길을 기억하십니까
꽃 피고 지는 길
다시 그 길입니다
바로 그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