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이 한 '덕담'…"해볼만 하지, 유시민도 지가 불었잖아"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검언유착 의혹으로 구속(강요미수 혐의)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이 한동훈 검사장과의 대화 녹취록 전문을 공개해 협박 공모를 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MBC가 전날 사건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조사 결과를 인용해 두 사람 녹취록에서 공모 의혹이 짙은 부분을 보도한 가운데 이 전 기자 변호인이 이날 해당 녹취록 전문을 공개해 의혹 부인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녹취록은 지난 2월 이 전 기자가 동료기자와 함께 부산에 내려가 한 검사와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이들은 신변잡기부터 검찰 내부 상황, 시국에 대한 이야기 등을 하다 신라젠 사건에 대해서도 말을 꺼낸다. 신라젠 사건은 이 전 기자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가 연루된 주식 사기 사건으로, 이 전 대표는 이 사건으로 기소돼 수감돼 있던 중 이 전 기자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녹취록을 보면 두 사람이 신라젠 사건 수사 현황에 대해 이야기를 잠깐 나누다 이 전 기자가“수사를 해도 서민 (대출 피해) 이런 거 위주로 가고 유명인은 나중에 나오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이 전 기자는 또 “유시민은 한 월말쯤에 어디 연구하겠다면서 출국하지 않겠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사건 연루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한 검사는 이에 “관심 없다.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다. 1년 전 이맘때쯤과 지금 유시민의 위상이나 말의 무게를 비교해보라”며 유 이사장 존재를 평가절하한다.

그럼에도 이 전 기자는 “성공률이 낮긴 하지만 그때도 말씀드렸다시피 신라젠 수사는 수사대로 따라가되 (후배기자에게) 너는 유시민만 좀 찾아라 (시킨다). 이철 아파트 찾아다니고 그런다”며 유 이사장을 계속 언급한다.

그러자 한 검사도 “그건 해 볼 만 하지. 어차피 유시민도 지가 불었잖아. 나올 것 같으니까. 먼저 지가 불기 시작하잖아”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 전 기자가 이어 “제가 사실 교도소에 편지도 (이철 전 대표에게) 썼다. 당신 어차피 쟤네들이 너 다 버릴 것이고(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고 말하자 한 검사는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된다”며 다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이 전 기자는 “14.5년이면 너 출소하면 팔순이다 (등의 말도 했다)”며 이 전 대표를 압박한 사실을 숨김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이같은 대화내용에 대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 전 대표에 대한 강요를 두 사람이 공모한 정황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기자 변호인은 해당 발언에 대해 통상적인 취재 과정을 밝힌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신라젠 사건 관련 여권 인사들’만을 취재 중이라고 한 적이 전혀 없다”며 유 이사장을 표적으로 취재를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20여 분의 대화 중 신라젠 관련 대화는 20％에 불과하다. 녹취록 전체 취지를 보면 ‘이 전 대표를 협박 또는 압박해 유 이사장의 범죄 정보를 얻으려 한다’는 불법적 내용을 상의하고 공모하는 것이 아니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이 전 기자 측은 한 검사가 조언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덕담을 한 것”이라며 강요를 공모한 것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